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이 적극적으로 돈을 풀면서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채권 시장이 유례없는 강세를 보였으나 최근 채권 금리 상승은 이에 대한 피로감과 채권시장 거물들의 ‘폭락 예고’ 등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최근 주요국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폭락했던 국제 유가가 반등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채권 매도세가 지속될 경우 주가 폭락 등 자산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순히 조정을 거치는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변동성 장세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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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가 지난 3월 매달 600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QE)를 발표한 이후 주요국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하락,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최근 들어 반등하는 모습이다.
특히 독일이 채권 약세 시장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bp 상승한 0.5%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분트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인 0.05%를 기록한 후 한달 만에 빠르게 반등했다. 독일 국채 30년 물 금리 역시 1%를 웃돌고 있다.
독일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채가 흔들리자 미국, 영국도 영향을 받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0.04%포인트 상승한 2.176%를 기록해 지난 3월 9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만기 금리도 0.05% 오른 2.87%에 거래됐다. 영국도 10년물이 1.967%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4일부터 사흘간 금융시장 문을 닫은 일본의 10년물 채권 선물도 싱가포르 시장에서 0.94%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힘을 보탠 것은 경제지표 호조와 국제유가 반등이었다. 미국 4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 지수가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언급했듯 1분기 성장 부진이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란 사실을 확인해주는 듯했단 분석이다. 유럽연합(EU)이 올해 유로존 성장율을 1.3%에서 1.5%로 상향 조정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또 국제유가가 올 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넘어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유로존의 향후 5년간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78%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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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 상승에 그동안 랠리를 펼쳤던 증시에 타격이 커지고 있다. 뉴욕증시는 지지선이 붕괴되며 하락했다. MSCI 아시아 및 태평양(일본 제외) 증시도 지난 달 29일 7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3% 가량 하락했다. 호주 증시도 2.3% 떨어졌다.
빠르게 채권 금리가 조정을 받으면서 채권 시장을 바라보는 눈초리에 의심이 더해지고 있다. 시몬 포터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부총재는 미국 국채시장의 ‘순간 폭락(flash crash)’ 재발 가능성을 경고하며 “미국 국채시장은 지난해 가을 이미 한 차례 일시적 붕괴 현상을 겪었는데 이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국채시장은 사소한 뉴스에도 크게 움직였다. 포터 의장은 “이 같은 변동성이 앞으로는 빈번해질 것”이라면서 “규제당국과 트레이더, 거래소가 모두 지난해 변동성에 대한 원인 진단에 나섰지만 명확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인 조정에 불과하단 시각도 있다. ECB가 QE를 시작한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고 아직도 내년 9월까지 상당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빠르게 나타날 정도가 경기회복세가 강한 것도 아니다. 래리 밀스타인 프레스프리치앤코(Pressprich & Co) 이사는 “(채권) 투매와 달리 이를 천천히 매입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2.2% 수준의 10년물 미 국채는 아직도 매입하기 매력적인 수준이다. 경제 성장 모멘텀이 크거나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 한 채권 금리가 큰 폭으로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