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는 만성 신부전 3기로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당뇨망막병증까지 나타났다. 올해 초부터 가슴에 통증이 찾아오며 협심증 증상이 나타났고, 당뇨병 합병증으로 말초혈관 죽상동맥경화증이 의심되어 말초혈관조영술이 시급히 필요했다.
하지만 박 씨의 경우 만성신부전과 당뇨병이 있기 때문에 일반 조영제를 투여하는 것이 무척 조심스러웠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요오드표지 조영제가 신장독성을 갖고 있어 신장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미 신부전이 있는 박 씨의 경우 위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결국 유철웅 교수팀은 요오드표지 조영제 대신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혈관 조영 방법을 쓰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는 영상이 좋지 않아 잘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촬영장비를 이산화탄소 혈관촬영에 적합하게 업그레이드해서 말초 혈관 중재시술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박 씨는 성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말초혈관 조영술을 시행하였고 좌측 천장동맥에 심한 협착이 있어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조영하에 중재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신장기능저하를 비롯한 부작용도 전혀 없었고, 박 씨는 당일 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
특히 박 씨처럼 만성신부전이 있는 환자에게 요오드표지 조영제를 사용하면 검사 후 추가로 신장기능 검사가 필요하고 심각한 경우 신장투석까지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이산화탄소 조영제는 과민반응이나 신장독성이 없기 때문에 ▲요오드표지 조영제에 과민 반응이있는 환자나 ▲신장부전증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가스(기체)로서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요오드표지 조영제로 볼 수 없는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매우 낮은 점도(粘度, viscosity)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동맥의 출혈을 동맥 및 정맥계의 작은 부행혈류를 종양 내의 동정맥 샛길 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신장이식 후의 확인 및 중재시술을 위하여도 이용된다 복잡한 중 재시술 시에는 단독으로 사용되거나 기존의 요오드표지 조영제와 같이 사용함으로써 신장에 대한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울혈성심장부전증 환자에서 과부하(overloading) 위험성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요오드표지 조영제와 달리 혈액과 섞이지 않지만 혈액을 치환시킴으로써 정확한 영상을 얻을 수 있으며, 요오드표지 조영제로서 확인되지 않는 부행혈류 및 출혈 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프라스틱 주머니 전달장치를 활용하면 특별한 기술 습득 과정이 없이도 비교적 쉽고 안전하게 이산화탄소를 혈관계에 주입할 수 있다.
다만, 이산화탄소는 부력 때문에 뇌혈관 및 관상동맥혈관의 조영술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번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유철웅 교수는 “말초혈관을 비롯한 혈관질환자들이 고령이고, 신부전이나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기존의 요오드표지 조영제는 추후 여러 가지 합병증을 야기할 가능성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몸속에서 흩어져 없어지고, 합병증 없이 정확하게 혈관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혈관조영술이 필요한 고령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