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개발' 예견된 산사태…취약지구 지정하면 뭐하나

장마 속 경북에서만 산사태로 12명 사망
'산사태 취약지구' 관리한들…'비취약지구'서 사고
펜션, 태양열 등 개발로 산 아래 지반 약해져
인명구조 계속 "신속한 대피, 개발 제한 등 필요"
  • 등록 2023-07-17 오후 4:04:19

    수정 2023-07-17 오후 4:05:04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올해 장마로 경북 예천에선 산사태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났다. 당국은 서울 우면산 산사태사고 이후 취약지역을 따로 관리하고 있었지만 이번 산사태 피해자가 대부분 ‘비취약지역’에서 발생했단 점에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무분별한 개발로 예견됐던 산사태였단 지적이 나오면서 전문가들은 정체전선이 다시 영향권에 들기 전에 신속한 대피와 ‘미봉책’에 그치지 않는 산사태 실태점검 등 복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7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피해 현장.(사진=연합뉴스)
17일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경북지역 사망자는 19명으로 이중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12명이다. 산사태 사망자가 발견된 곳 중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된 곳은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뿐, 나머지는 모두 ‘비취약지역’에서 발견됐다. 산사태로 80대 노부부가 사망한 충남 논산시 양지추모원 납골당과 주택에 매몰돼 사망자가 발생한 청양군 정산면 해남리도 모두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니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지정되기 시작한 산사태 취약지구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기초조사, 현장조사를 거쳐 경사도, 위험도 등 평가지표에 따라 정해진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사태 취약지역은 △2018년 2만5545개소 △2019년 2만6238개소 △2020년 2만6484개소 △2021년 2만6923개소 △2022년 2만7400개소 △2023년 6월 현재 2만8194개소로 꾸준히 늘었다. 지역별 취약지역 거주민은 △경상북도 9977명 △경기도 9572명 △경상남도 8472명 △전라남도 6913명 △충청북도 6033명 순으로 많았다.

증가하는 취약지구 수와 무색하게 전문가들은 비취약지구에서 산사태가 일어난 걸 두고 ‘우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산사태는 보통 두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위에서 물을 먹은 흙이 떠밀려 내려오거나 약해진 아래 지반이 꺼지면서 나타난다. 최근 나타나는 산사태는 대부분 펜션, 태양열 사업 등 산자락을 개발 명목으로 잘라내 하층에서 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발생하고 있다.

오는 22일 또다시 정체전선이 한반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방당국 등은 수색과 인명구조를 마치기 위해 구조인력과 장비 등을 최대로 투입해 총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십수 명의 사망자를 낸 충남 오송 지하차도 수색도 끝나지 않았고, 예능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했던 A씨 등 경북 지역 산사태 매몰 피해자도 여전히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다시 장맛비가 오기 전 하루이틀 만에 산사태 사고를 막기 위한 별다른 조치는 현실적으로 없다며 취약구역이 아닌 주민들도 대피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조원철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미 약해진 지반을 지금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다, 산비탈 근처에 살고 있다면 무조건 대피해야 한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앞으로 경사가 급한 곳은 개발을 제한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이번 피해를 계기로 산사태 취약지구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사 결과에 따른 원인 파악과 그에 상응하는 예산 마련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항상 사고가 나면 전수조사한 뒤 보고만 하고 끝난다”며 “조사에 따른 예산과 설계, 긴 시간 등이 필요한데 후속조치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되풀이되는데 미봉책에 그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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