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북 군사 옵션 준비해야…안 그러면 北 대담해져"

2017 태평양지역 육군참모총장회의 기조연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
단기간 내 처리…"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호한 의지"
"유엔 모든 회원국은 이번 결의안 충실히 이행해야"
  • 등록 2017-09-18 오후 2:21:16

    수정 2017-09-18 오후 6:18:1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8일 북한의 계속된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국제사회가 군사적 옵션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이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한·미 육군 공동 주최로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개막한 2017 태평양지역 육군참모총장회의(PACC) 및 태평양지역 육군관리회의(PAMS)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29개국 육군참모총장과 고위 육군 장성이 참석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 다양한 미사일 도발을 적시하면서 “우리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북한이 대담해 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 전 총장은 “대한민국은 북한과 그들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로부터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면서 “지난 9월 3일에도 6번째 핵실험을 불법적으로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불법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9월 11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며 “현재까지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해 채택한 결의안 중 이번 결의안이 가장 단시간 내에 채택된 결의안”이라고 평가했다.

18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태평양지역 육군참모총장회의 & 육군관리회의(2017 PACC & PAMS) 기조연설에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실제로 유엔 안보리가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8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2006년 이후 최단 기록이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해 가장 빠른 결의안을 채택한 건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 때다. 당시 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단 5일 만에 결의안 1718호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후에는 결의 내용과 제재 수위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 입장차로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2009년 채택된 대북 결의 1874호는 18일이 소요됐다. 이어 2012년과 2013년에 잇따라 채택된 2087호와 2094호는 각각 41일과 23일이 걸렸다. 4차 핵실험에 대한 결의안 2270호는 57일, 5차 핵실험 대응 결의안 2321호 도출은 82일 소요됐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가 조속히 처리된데 대해 반 전 총장은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려는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호한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11일 통과시킨 결의안은 섬유수출 금지와 정유제품 수입 제한 등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제재안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은 이번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감 있는 일원이 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역사를 돌이켜볼 때 그 어떤 나라도 만장일치로 단결된 국제사회에 의지를 꺾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을 북한에 상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18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태평양지역 육군참모총장회의 & 육군관리회의(2017 PACC & PAMS)에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앞줄 왼쪽 세번째부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마크 밀리 미국 육군참모총장 등 각국 육군 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한편 태평양지역 육군참모총장회의(PACC)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육군참모총장들의 상호 유대관계를 증진하고 역내 안보현안과 공동사안에 대한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1999년부터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는 군사회의체다. 또 태평양지역 육군관리회의(PAMS)는 1970년대 후반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미국 육군이 제안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육군 고위급 인사들이 참가해 역내 공동 관심 사안 논의와 유대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1978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연례 군사세미나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중국군 대표로 유하이타오 인민해방군 육군부사령원(중장)이 참석했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군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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