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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이나 유럽 제약업체가 만든 백신을 구매하지 못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백신 외교를 펼쳐 왔다. 대상은 주로 저소득 국가와 개발도상국 등이었다. 그 결과 중국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15억회분의 백신을 수출했다. 중국 시노백 바이오테크는 지난 9월말 기준 자국 내 공급 물량까지 포함해 총 19억회분의 물량을 출하해 화이자(15억회분)를 제치고 세계 최대 공급업체가 됐다.
그동안 중국 제약업체들이 개발·생산한 코로나19 백신은 각종 연구 결과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덜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제조업체의 투명성이나 데이터 표준 등과 관련해 끊임없이 의구심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개도국 등은 중국산 백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들 국가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 공급이 막 시작됐던 시기엔 선진국들에게 우선 순위에 밀려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인도가 자국에서 생산한 선진국 제약업체들의 백신 수출을 제한하면서 물량을 확보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이러한 환경은 중국에게 반사 이익을 가져다 줬다. 가격도 중국산 백신이 화이자 백신보다 15% 가량 저렴해 개도국 등에겐 입맛에 맞았다.
블룸버그는 “저소득 국가들이 저렴하게 다양한 백신 및 치료제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중국에겐 제약 산업의 극적인 상승을 의미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럽 국가들 중 처음으로 중국 시노팜 백신을 받아들인 세르비아는 자국 내 중국 기업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 시노팜은 수도인 베오그라드 인근에 공장을 짓고 있으며, 세리비아는 이 곳에서 자급을 위한 백신 뿐 아니라 수출용 백신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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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협회(CFR)의 토머스 볼리키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은 역사적으로 백신 수출국이 아니었다. (중국의 백신·치료제 수출은) 팬데믹이 세상을 바꾼 변화 중 하나다. 중국은 이전엔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백신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