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시각)"냉정하게 저울질을"

  • 등록 2004-03-12 오후 5:23:37

    수정 2004-03-12 오후 5:23:37

[edaily 홍정민기자] "테러에서 시작해서 탄핵으로 끝났다" 12일 주식시장은 알카에다 테러에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겹치며 폭락했다. 특히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당분간 정치, 경제, 사회 불안이 불가피해졌다. 외국인들이 탄핵안 가결 이후 순매수 규모를 오히려 늘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만 놓고 볼때 악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외국인이 절대적 수급의 열쇠를 쥐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 시각만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 기존 강세장 흐름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탄핵안 가결후 매도세로 돌아섰던 개인도 장 막판들어 순매수세로 전환, 시장에 비관론만 존재하고 있지 않음을 입증해줬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 매매동향은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을 완전히 반영하지 않은 `반쪽짜리` 반응이며 다음주 초가 이들의 `진짜 판단`을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정치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설비투자나 개인 소비심리가 훼손되면서 내수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도 이어진다고 낙관하기 어렵다. 칼날이 떨어지고 있는지, 다시 없을 기회가 온 것인지 시계가 꽉 막혀 있지만, 냉정한 판단만이 수익을 주고 위험을 덜어줄 것임은 분명하다. ◇탄핵, 단기 불안 증폭.."펀더멘털엔 영향 無" 실제로 탄핵안 가결이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것이나 기업이나 경제 펀더멘털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므로 타격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또 주목할 부분은 증시나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예상하고 있는 증권사에서도 외국인 `엑소더스(Exodus)`나 경제 붕괴같은 극단적 상황을 예상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 김지환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겠지만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비중확대` 의견과 3개월 종합주가지수 전망치인 800∼950p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증권도 탄핵안 가결로 투자심리가 동요할 것이며 단기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 운영능력이 심각한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점쳤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급락하는동안 외국인 순매수규모가 확대됐고 선물시장에서는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났다"면서 "기본적 포지션에는 변화가 없지만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나타나 헤지욕구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피터 반 더 쉐프트 바클레이즈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로 외국인이 한국 자산을 적극적으로 줄이지는 않겠지만 한국시장 포지션에 대해 이익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 투자자들로서는 외국인이 다시 원화 자산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쌓을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기금 조기 유입 기대감도 `모락모락` 일부에서는 탄핵안 가결에 따른 증시 폭락을 우려해 연기금이나 기관 자금이 조기에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정책입안자들은 증시 부양 및 소비진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으며 국내 기관과 연기금펀드가 매도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증시에 구원투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소세 인하 등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탄핵 쇼크로 단기적인 주가 조정폭이 확대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부동자금이나 연기금 자금의 증시 유입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다며 지수가 800선 초반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저가매수 기회.."신용등급 영향없다" 게다가 이번 폭락장을 오히려 매수기회로 활용하라는 권고도 눈에 띈다.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이사는 "탄핵안 가결이 심각한 경제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으며 탄핵 판결 결과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로 인한 주식시장 폭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로 피치,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에서는 정치 및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등급에는 영향없다"는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는 상황. 다만 피치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한국 기업과 가계소득이 타격을 받아 국가 신용등급에 실질적인 영향은 있을 것으로 판단한 반면, 무디스는 한국경제가 이같은 정치적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외신에 따르면 크레디아그리콜에셋매니지먼트 홍콩사무소의 수석 투자가 레이 조바노비치는 탄핵안 가결에도 불구, 보유 주식을 팔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히려 금융주 등 낙폭이 큰 주식을 살 기회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유진 로플러 하나알리안츠인베스트먼트트러스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노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대거 내다팔고 있는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니라 한국 투자자들이라는 정보가 있다"며 "이런 상황이 오히려 매수 기회를 가져다주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주 초 `진검승부`..외국인 반응 주시해야 하지만 정작 중요한 미국과 유럽쪽 투자자들이 탄핵 소식을 아직 접하지 못한만큼 월요일 매매가 `진검승부`일 수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는 탄핵안 가결이 외국인 매매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오늘 매매동향만 놓고 외국인들의 실질적 반응을 파악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탄핵 소식이 전해진 후 다음주 초반에 나타나는 매매행태가 `진짜`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는 "모멘텀 투자를 하는 단기 운용펀드는 매도관점으로 전환, 한국 주식을 손절매하거나 차익실현 한 뒤 다른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서 "반면 중기적으로 투자하는 연기금이나 뮤추얼펀드는 개별기업 펀더멘털에 보다 관심을 갖고 있어 사태를 당분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불안 길어지면 내수경기 `직격탄` 탄핵에 따른 정치, 사회적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펀더멘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그렇잖아도 위축돼 있는 가계 및 기업 소득, 기업 설비투자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리서치헤드는 탄핵안 가결에 따른 국내 정치 및 사회 불안으로 심리에 취약한 내수관련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가계 및 중소기업연체율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며 기업 설비투자 욕구도 훼손될 것으로 관측했다. 수출주들의 경우 펀더멘털상으로 영향받을 이유는 없지만 복합적인 위축 요인이 주가에는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오현석 애널리스트들도 "기본적으로 정치적 파국이 장기화될 경우 정치가 경제가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고 있다"면서 "탄핵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내수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우리 경제의 회복이 수출 활황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체적인 측면에서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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