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책 마련 분주한 EU 정상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7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베를린으로 초청, 브렉시트 대책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독일과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유럽연합을 이끌어왔다. 한 축인 영국이 빠지면서 두 나라가 EU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회원국 간 결속을 다지고 개혁에 앞장서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제2차 세계대전 기념행사에 참석해 영국의 EU 탈퇴로 유럽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면서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은 의무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EU 고위 관계자들도 브뤼셀에서 만나 향후 브렉시트 절차와 협상 대책에 대한 협의에 들어간다.
28일에는 EU 28개국 정상이 만나 브렉시트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캐머런 총리로 참석할 계획이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를 떠나려는 회원국이 EU 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정식으로 통보하면 이후 2년 동안 분리 절차를 협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리더십 위기…발걸음 빨라진 미국
케리 미 국무장관도 이날 브뤼셀과 런던을 방문해 EU와 영국 정부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 브렉시트 결정 이후 드러나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해법을 논의한다.
케리 장관은 당초 교착상태에 빠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 논의를 위해 로마만 찾을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급히 바꿨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EU 탈퇴 목소리가 이어지며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안보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일부에서는 브렉시트가 미국이 유럽과 중동의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미국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에서의 동맹 구축에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다시 한 번 미국-유럽 관계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컨센서스를 재구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기적으로 중국에 호재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흔들리자 중국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브렉시트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7일 브렉시트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더 증가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을 향해 도전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중국의 중요한 협력동반자”라면서 “중국은 중국-유럽 관계, 중국-영국 관계를 수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들은 대체로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에 혼란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장기적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왕이웨이 인민대 교수는 “EU의 규제가 사라진 영국은 중국과 더욱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고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브렉시트가 위안화 국제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점쳤다. 브렉시트가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입지를 약화시켜 달러 독점을 견제할 새로운 통화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위안화가 대체 통화로 부상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