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1년 동안 떠들썩했던 ‘재건축 2년 의무 거주’ 규제가 결국 시장 혼란만 남긴 채 백지화됐다. 그러나 이번 백지화는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타격이 너무 컸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규제가 나오면서 급하게 세입자를 내보내고 재건축 아파트에 들어간 집주인부터 전세에서 쫓겨난 세입자들까지,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규제의 후폭풍이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 (사진=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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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나왔던 지난해 6월부터 규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계속 있었다. 바로 전세난에 대한 우려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위해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부작용을 예상된 결과였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주거 환경이 열악해 다른 신축 아파트보다 전셋값이 저렴한 경우가 많은데, 이번 규제로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단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당시 정부의 입장은 너무나 단호했다. 김현미 전 장관은 규제 발표 직후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연히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설립 이후부터 분양 때까지 꽤 시간이 있으니 그 사이에 입주를 하든 결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는 느긋한 발언도 덧붙였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정부의 예상은 시장의 움직임과 전혀 달랐다. 실제 정부의 규제 발표 이후 일부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급하게 내보내 실거주를 시작했고, 여윳돈이 있는 소유주들은 주소지만 옮겨놓은 채 재건축 아파트를 공실로 집을 두는 경우도 있었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곧바로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셋값이 폭등, 쫓겨난 세입자들의 집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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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가 “당연히 시행해야한다”던 재건축2년의무거주 규제는 전세시장을 혼란시킨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 또한 전세난 등의 부작용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책이 나왔을 때부터 전문가들과 언론이 한 목소리로 지적해왔던 부작용을 1년이 지난 뒤에야 인정한 셈이다.
정책은 ‘해보고, 별로면 폐기’하면 되는 시험 대상이 아니다. 특히 누군가의 재산이자 보금자리에 영향을 주는 부동산 정책은 더욱 그렇다. 세입자들은 지난 1년동안 값싼 전셋집에 쫓겨나 서울 외곽으로, 더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했고, 집주인들도 세입자들에게 ‘위로비’나 ‘이사비’를 줘가며 울며겨자먹기로 이사를 보내야 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해보고 말고’ 식의 정책은 나와선 안 된다. 비록 이번 규제는 ‘백지화’라는 오명을 얻게 됐지만, 이번을 계기로 시장 영향과 실효성이 검증된 부동산 정책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