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울릉 주민에 중국인까지…'투기꾼 놀이터'된 3기 신도시(종합)

참여연대·민변, 농지법 위반 투기 의심 사례 발표
사실상 농사 어려운 지역민의 농지 매입, 외국국적자도 발견
신도시 등 공공개발 전체로 확대하면 의심사례 늘어날 것
"정부의 허술한 관리 탓, 감사청구 계획"
  • 등록 2021-03-17 오후 12:33:50

    수정 2021-03-17 오후 9:44:26

[이데일리 박기주 조민정 기자]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경기도 시흥에서 농지를 이용한 투기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 경남 김해나 경북 울릉군에 주소지를 둔 이가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구매했고, 심지어 캐나다·중국인도 재개발 예정지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지거래는 관련법상 농업경영 등 특정 목적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땅 구매가 투기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가가 시흥시 과림동에만 집중됐기 때문에 대상을 확대하면 관련 의혹을 받는 이들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위반 의심 사례 자료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해·울릉에서, 캐나다·중국인도…투기 의심사례 대거 확인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부터 올해 2월까지 3기 신도시 내에서 농업에 종사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를 발표했다.

현재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하고, 주말·체험영농을 위한 경우 등에 한해 소유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농지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데, 신도시 개발 발표를 전후로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투기 의심 사례를 △대출규모가 너무 커 농업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 △농지 소재지와 토지 소유자의 주소지가 먼 경우 △다수 공유자의 농지 매입 △실사 결과 농업에 활용하지 않는 사례 등으로 구분해 발표했다. 투기 정황이 확인된 건수는 총 37건이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시흥시 과림동에 투자한 이들의 주소지와 국적이었다. 경남 김해에 사는 A씨는 지난 2019년 4월 과림동의 농지 460㎡를 사들였고, 경북 울릉군에 주소지를 둔 B씨는 2018년 7월 891㎡의 농지를 공동 매입했다.

특히 캐나다 및 중국 국적을 가진 두 인물이 각각 다른 이들과 함께 과림동의 농지를 사들인 사례도 확인됐다. 이들 외국인이 매입한 땅은 현재 농업경영에 활용되지 않고 고물상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사회초년생으로 추정되는 90년대생들도 투기 의심 사례에 최소 3명 이상 포함됐다.

농지소유자의 주소지가 해당 토지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경우 농지법이 규정한 ‘자기의 농업경영’ 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문제의식이다. 이 때문에 해당 토지소유자들의 직업, 농업경영계획서의 허위·과장 작성여부 등을 조사·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이강훈 변호사는 “농지와 토지 소유자의 거주지가 너무 먼 사례 많았다”며 “경남 김해시에서 여기로 어떻게 농사를 지으러 오느냐, 서산에서도 몇시간씩 걸려서 올 건가, 서울 송파구·강남구에서 사는 사람이 여기로 농사지으러 오겠냐”고 반문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중국과 캐나다 국적에 주소지는 국내인 매매자도 있었고, 사회초년생의 대출금액이 10억원이 넘는 사례도 발견됐다”며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부를 쌓았을 수도 있지만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농사 지어서 매달 77만원 이상 이자?…투기 의심”

또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C씨는 과림동의 954㎡ 농지를 8억4000만원에 사들였는데, 채권최고액이 8억4500만원에 달했다. 시흥에 사는 D씨는 2331㎡의 땅을 21억원에 샀고, 채권최고액은 19억5600만원 수준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채권최고액이 4억원이 넘는 사례는 18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담보대출 금리가 3%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매달 약 77만원 이상의 대출이자가 발생한다는 것. 참여연대 관계자는 “해당 18필지의 소유자들은 모두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해당 농지를 매입했다”며 “대출이자 등을 고려하면 이를 주말농장 용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7명이 공동으로 농지를 매입한 사례나, 참여연대 등이 현장실사를 한 결과 농업경영에 활용되지 않고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번 조사 대상은 시흥시 과림동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다른 3기 신도시나 최근 10년간 공공이 주도한 공공개발 사업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면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현재 정부 및 수사기관의 조사와 수사를 농지법이나 부동산실명법 위반 여부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최근 10년간 공공이 주도한 공공개발 사업에 관여한 임직원과 지자체 공무원 및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농지법이 이렇게 허술하게 운용되어온 데에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접수·발급하는 각 기초지자체와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중앙정부(농림부), 광역지자체가 자신들의 역할을 방기해온 것에서 비롯됐다”며 “이들에 대한 감사청구서도 감사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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