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민은행, 금융기관으로 거듭나라

  • 등록 2013-12-04 오후 7:43:25

    수정 2013-12-04 오후 7:43:25

[데스크칼럼] 국민은행, 금융기관으로 거듭나라

조영훈 부국장 겸 금융부장

지난 정부에서 금융은 천덕꾸러기였다. 개발 시대에 언제나 자금 공급이 부족했고, 그래서 은행은 언제나 갑(甲)이었다. 저축이 미덕이던 개발시대를 거친 기업인 출신 대통령에게 은행은 아름다운 추억일 수 없었던 이유다.

MB정부가 들어서자 산업은행 총재는 명함을 산업은행장으로 바꿔달았다. 금융사들이 금융기관으로 불리는 것은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비난을 받았을 정도다. 금융사들은 철저히 기관에서 기업으로 변신을 겪어야 했다. 그 와중에 고려대 출신 사대천왕이 대형 금융지주사 CEO를 독차지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KB국민은행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사대천왕’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무엇때문일까. 오로지 메가뱅크에 매달리면서 은행의 역할은 공공성에서 효율성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그 빈틈에 자리잡은 것은 이기주의였다. 경영진은 스톡옵션(스톡그랜트) 등 성과보상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막대한 연봉이 도마위에 오른 것도 이같은 단기성과주의의 전리품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 때문이었다. 노조는 임금협상에 올인했다. 기업들을 통틀어 가장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냈다. 오로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책임자 고시는 사라지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검증없이 모든 은행원이 책임자가 되도록 만들었다. 주주들은 주주들대로 배당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국민은행의 대형 사고들이 쏟아졌다. 도쿄지점의 대출 리베이트 사건은 1980년대에나 있음직한 낡은 부패의 산물이다. 대출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리베이트를 받고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신탁본부의 국민주택채권 위조는 그야말로 범죄다. 한 두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모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쁘다. 카자흐스탄 BCC에 대한 부실 투자는 밀실경영이 어떤 폐해를 끼치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은행이 BCC를 사기위해 내다판 인도네시아 BII는 지금 웃돈을 줘도 살 수 없는 지경이다. 부실투자도 이런 부실투자가 없었던 셈이다.

2만명이 넘는 임직원이 근무하는 KB국민은행에서 이같은 사고를 막는 길은 대대적인 시스템 정비다. 당장 KPI에 성과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도덕성지표를 추가해야 한다. 낙하산 인사 논란때문에 흐트러진 전결규정도 재정비해야 한다. 일각에서 해외점포의 전결규정이 너무 느슨해 도쿄지점과 같은 말도 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기회에 모든 전결규정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감사기능도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한다. 오목교 사건 이후 도입한 자점검사역 제도 등 기존의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이와함께 금융감독원에서 각 금융사로 이관한 자체 상시감사 기능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금융감독 시스템 정비도 긴요하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감원 검사 인력의 획기적인 증원도 검토해 볼 때다. 내부에서 최고경영진에 오른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전 임직원에게 ‘주인의식’을 보여주고 이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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