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LTV 규제할 수 있었다면 가계부채, 지금과 달랐다"

한은·금융학회 공동 정책심포지엄 개최
신관호 교수 "금융안정 사전대응 '거시건전성 정책' 금융당국이 독점"
"한은, 거시건전성 정책 수립에 참여 제한적"
최근처럼 수시로 통화·금융안정 정책 상충
한은, 뱅크런 대비 유동성 공급 등 '사후' 대응 강화 움직임
개별 금융사 상황 판단에 한계…상시 모니터링해야
  • 등록 2023-10-05 오후 3:00:00

    수정 2023-10-05 오후 3:00:00

한국은행 전경(사진=한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정책 툴을 갖고 정책 결정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은이 2011년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해 ‘금융안정’을 추가했음에도 거시건전성정책을 금융당국이 독점함에 따라 금융안정을 위한 ‘사전적 대응’의 역할은 제한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디지털뱅크런에 대비해 금융기관에 ‘유동성 공급망’을 확충하는 등 ‘사후적 대응’만 강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특정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정책 판단의 옳고그름을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저물가 시절, LTV강화하면서 ‘금리 낮췄더라면’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서울 한은 별관 2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은·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심포지엄’에서 “한은법 개정에 따라 한은 목적조항에 금융안정을 포함시켰지만 금융안정을 위한 정책 수행 과정에서 한은의 참여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불안에 사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거시건전성 정책’이 우선돼야 하는데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정보 공유를 위해 차관급 거시경제금융회의가 운영돼왔고 2021년부턴 상시회의체로 전환돼 한은 총재, 경제부총리 등이 참여하는 최고회의로 격상됐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한은법 개정으로 ‘금융안정’이 목표에 추가되고 금융안정국이 금융안정보고서를 연 2회 발간해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지만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금융안정을 어떻게 고려할지에 대해선 구체적 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안정국은 금융안정 관련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금융안정을 위한 정책 수립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LTV, 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거시건전성 도구는 금융감독기관이 독점한다.

그러다보니 금융안정과 물가안정 사이에 상충관계가 수시로 발생하고 이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위에 의해 주도되고 한은 참여가 제한적”이라며 “2014년 초이노믹스(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집 내서 빚사라)와 최근처럼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이 조화롭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DSR 규제 예외 규정을 확대했다.

이와 관련 신 교수는 “팬데믹 이전,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임에도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을 고려해 금리 수준을 낮추지 못했다”며 “거시건전성 정책 도구를 한은이 보유하는 경우 LTV, DTI 등을 활용해 가계부채의 증가를 막으면서 보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2017년 11월, 1년 넘게 동결했던 금리를 인상했다. 당시 물가상승률은 1.2%였음에도 말이다. 당시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 급등,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불안정을 우려했다.

신 교수는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거시건전성 정책이 불충분할 경우 통화정책이 동원될 수 있으나 이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 대출제도 개편 ‘사후적 기능’…유동성 문제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

한편 한은은 7월 디지털 뱅크런에 대비해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할 때 담보로 잡게 되는 ‘적격담보대출채권’에 지방채, 우량회사채, 기타공공기관채 외에 대출채권을 확대하고, ‘자금조정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등 유동성 공급망을 확충하는 내용의 대출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또 유동성 부족시 비은행 금융기관에도 자금을 즉각 공급키로 했다.

신 교수는 이에 대해 ‘사후적 금융안정’ 기능 강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개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할 경우 민주적 정당성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정치적 비난 및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한 후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국민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어 유동성 지원은 일시적 유동성 문제에 봉착한 금융기관에 한해 제공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은법 25조 1항에 따르면 금통위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한은에 손해를 끼친 때에는 당해 회의에 출석한 모든 금통위원은 한은에 대해 연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문제는 또 있다. 금융기관이 겪는 어려움이 단순한 일시 유동성 부족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현실적으로 일시적 유동성 문제와 지급능력(solvency) 문제를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한은이 대상 금융기관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불 붙은 北 오물풍선
  • 아스팔트서 왜?
  • 한혜진 시계가?
  • 이런 모습 처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