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P2E 사후규제로 가야…게임, 산업으로 봐달라”

[만났습니다]①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두고 "우선 자율규제로 맡겨야"
게임사 신규 BM 찾을 것,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그간 게임은 규제만 받아, 산업육성 측면 '진흥' 필요
P2E는 '가벼운 선'에서 허용해야, 산업 전체 위축 우려
  • 등록 2023-01-05 오후 4:16:19

    수정 2023-01-05 오후 9:54:49

이재홍 숭실대 교수(한국게임정책학회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확률형 아이템이요? 우선은 업계의 자율규제에 맡겨 두는 것이 시장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국가가 모두 규제를 하려면 한도 끝도 없어요. 게임은 산업입니다. 산업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이끌어가는 게 맞습니다. 정부는 사후관리에 더 신경을 쓰면 됩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지난달 19일 숭실대학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규모가 20조 원이 넘는 게임을 여전히 산업으로 보지 않는 인식이 아쉽다. 게임을 산업으로 보고 규제 이전에 진흥부터 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학회장은 2014년 제7대 한국게임학회 회장과 2018년 3대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국내 게임 업계 전문가다. 2021년 게임위 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온 후 게임정책학회를 출범시켰다. 게임이 주요 콘텐츠 산업으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정부와 산업계 간 인식차가 큰 만큼,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 게임 업계를 둘러싼 대표적인 규제 움직임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의무화 법제화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이용자들이 일종의 ‘뽑기’ 방식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형식이다. 현재 국회는 게임사들에 의무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확률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 중이다.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자는 이유지만, 국가가 게임사 고유의 비즈니스모델(BM)에 관여하는 것이기도 해서 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이 학회장은 “과거 유료 정액제 방식이었던 국내 게임은 자체 BM 설계를 통해 무료 기반의 부분유료화로 대부분 전환했다”면서 “게임사들이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 신뢰도 향상을 위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자체적으로 일부 확률 정보 공개)를 하고 있으니 일단 맡겨보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자체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다. 국내 업계도 중장기적으론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국내 게임사들이 신규 BM을 발굴할 때까지만이라도 우선 업계 자율로 맡겨 두는 게 바람직하다. 무조건적인 규제 일변도의 흐름은 산업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문제가 생기면 사후관리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게임시장의 화두 중 하나였던 P2E 게임(돈버는 게임·Play to Earn)에 대해서도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가벼운 선까지는 국내에도 허용했으면 한다”면서 “무조건 막으면 P2E 자체가 음성으로 가서 불법 게임만 양산된다”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상황이나 내년에도 P2E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많을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 산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블록체인이 흐름이라면 진지하게 논의해 새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재홍 숭실대 교수(한국게임정책학회장)는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등에 대해 “우선은 업계 자율규제에 맡기고 사후관리를 하는 식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 후 국내 게임 산업 지원에 대한 평가는.

△다사다난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기대하는 것도 많았는데, ‘현 정부 역시 표를 위한 계산된 약속이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다. 게임은 큰 산업이다.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 없이 꾸준히 잘 성장했다면 지금쯤 국내 최고의 산업으로 우뚝 섰을 것이다. 현재 게임 시장 매출은 20조원(2021년 기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도인데, 꾸준히 컸다면 40조~60조 원까지 갔을 거다. 우리나라는 문화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매우 보수적인 국가다. 게임에 대한 인식 부족도 있다. 게임 산업 진흥은 박한 편이다.

-중국의 게임 산업과 비교가 많이 되는데. 어떤 점에서 한국이 부족한가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과거 통 크게 게임 분야의 규제를 열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팍팍 밀어주니 자국 게임사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자국 게임사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이제야 규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인데도 이런 것을 못했다. 게임 산업이야말로 우리만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인데, 이를 계속 규제(셧다운제, 확률형 아이템 등)만 하면서 왔다. 한 번쯤은 정부에서 통 크게 게임 분야 진흥을 이끌었으면 한다. 이후 ‘핀셋’ 사후관리로 문제점을 잡아내면 되는 거다.

-대표적인 규제 중 하나로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어떻게 보는지.

△국가가 하나의 산업을 두고 규제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산업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때문에,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체제를 계속 유지하되, 정부가 사후관리를 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는 게 나의 철학이다. 물론, 확률형 아이템은 낮은 확률 및 과도한 결제 유도로 이용자 불만이 쌓이고 있고, 도박적인 성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실제 영국은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규정했고, 벨기에도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마냥 찬성한다는 게 아니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제는 확률형 아이템을 넘어선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정부가 시간을 줬으면 한다는 거다. 자율규제에 맡기더라도 게임사들은 결국 시장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신규 BM을 만들어갈 거다. 확률형 아이템 구조를 바꿔 이용자 만족도를 높인다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BM을 찾는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해부터 P2E게임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역시 법으로 국내 규제가 돼 있다.

△우리나라는 ‘바다이야기’의 트라우마가 있다. 게임을 하면 돈으로 보상을 주는 P2E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싫은 거다. 하지만, P2E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이 P2E 게임 시장(해외)에선 흥행했지만 정작, 국내에선 게임법상(사행성) 즐길 수 없다. 최근 블록체인 시장이 타격을 입었지만 미래엔 갈 수밖에 없는 분야여서 올해 역시 게임사들의 P2E 사업 추진이 이어질 것이다. 완전히 막지 못할 거면 가벼운 선에서는 (P2E 규제를) 열어줬으면 한다. 정부, 산업계,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인 공론의 장을 만들면 어떨까. 지금처럼 P2E 게임 자체를 보지 않으려는 상황에선 아무것도 해결되는 게 없다. 오히려 산업 자체를 위축만 시킬 거다. 새로운 시스템이 나왔다면 진지하게 논의해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게 맞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P2E 게임 허용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분들도 있다. 올해는 국회나 정부에서도 어떤 형태이든 P2E 게임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을까. 고작 환금성 문제로 블록체인 게임 기술을 사장시키는 건 국가적인 손실 아닌가. 다만, 업계도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무작정 보상을 준다는 개념이 아닌, 정말 재밌는 P2E 최적화 지식재산(IP)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 이용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문제가 됐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올해 각종 트럭시위, 마차시위 등이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게임 수요가 늘면서 이용자 불만이 더 늘어났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조사 결과 평소 5000~6000건 수준이었던 분쟁건수가 2020년 1만 7000건까지 늘었다. 원초적 원인은 게임 업계가 제공했다. 초창기 이용자들이 게임에 대한 요구나 불만을 토해낼 때 대응이 소극적이었다. 이런 불만들이 쌓여 조직, 집단적 단계로 확장된 거다. 이제야 게임사들이 이용자들과 소통하겠다고 나섰지만, 이용자 운동은 이미 하나의 패턴화가 됐다. ‘게임사들에겐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일종의 학습 효과랄까. 처음부터 이용자들과 제대로 소통했더라면 경영자까지 나와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될 문제였다. 업계가 대응 미숙으로 문제를 키운 것, 이게 본질이다. 다만, 이용자들도 허위사실 유포, 비속어, 인신공격 등 과도한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더 부각되면 이용자 집단 운동의 가치가 반감될 수 있다.

-게임이 산업적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과거 박근혜 정권 시절 대통령이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 방문해 상당히 기대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큰 변화는 없었다. 정권에 따른 것도 아니다. 그냥 정치권 자체가 게임에 대한 관심이 적다. 노무현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이나 문재인 정권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선 전에는 게임이야기를 자주 꺼내지만 끝나면 미동조차 없다. 일반 국민의 게임 인식 개선뿐만 아니라 국회, 대통령까지 모두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제발, 게임을 산업으로 봐달라. 그것이 첫걸음이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 왼쪽 6번째)이 지난해 11월 지스타가 열렸던 부산 벡스코에서 ‘2022 게임정책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왼쪽 5번째) 등 게임 업계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게임정책학회)
이재홍 학회장은…

△1959년생 전남 목포 출생 △숭실대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학 박사 수료 △숭실대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한국문화콘텐츠 기술학회 이사 △게임물등급위원회 등급재분류자문위원 △서강대 게임교육원 전임교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제7대 한국게임학회 회장 △제3대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게임정책포럼 대표 △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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