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친다.`..독립PD, 주류PD 회장직 도전

송규학 한국독립PD협회 회장, 한국PD연합회 회장 출마
"방송 시스템 내 불합리·비민주적 구조 고치는 경종 되겠다"
  • 등록 2017-08-17 오후 2:22:50

    수정 2017-08-17 오후 2:22:5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계란으로 석산(石山)치기’일지 모르지만 그 자국은 선명히 남습니다.”

17일 오전 11시 20분 서울 목동 방송회관 10층 PD연합회 교육실. 국내 외주제작 PD 대표 단체인 한국독립PD협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독립PD협회 회장이자 그 또한 독립PD인 송규학 회장이 기자회견 취지문을 읽어 내려갔다. 송 회장 옆으로는 류인수 독립PD협회 대외협력 부위원장, 서민원 부회장, 권용찬 대외협력 위원장이 자리했다.

이들 뒤로는 ‘제31대 한국PD연합회장 송규학 후보 합동기자회견’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부제로는 ‘한국PD연합회 30년 사상 첫 경선 회장 선출! 방송민주화의 새로운 이정표!’라는 문구가 적혔다.

사진 왼쪽부터 류인수 한국독립PD협회 대외협력 부위원장, 서민원 부회장, 송규학 회장, 권용찬 대외협력 위원장
‘계란으로 바위치기’ 나선 독립PD

송 회장은 취지문 서두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속담을 붙였다. 누가 봐도 불가능한 도전이라는 뜻이다. 30년간 KBS와 MBC가 양분해 온 PD연합회 회장직을 외주제작 PD 단체 대표가 맡기란 어려운 일이다. 실제 이들 방송사에서 나온 PD가 매해 번갈아가면서 PD연합회 회장직을 맡아왔다.

송 회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불가능에 도전하는 취지를 읽어 내려갔다.

“오래전부터 우리의 선배의 선배로부터 전해온 관행을 지키는 것이 마치 방송인의 미덕인 양 여겼던 방송계 특유의 폐쇄적 문화가 우리의 변화를 더디게 만들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엄혹한 현실입니다.”

최근 일고 있는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작이 방송 업계 만연한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는 데 있다고 송 회장은 강조했다.

“시대적 부름과 변화에 동참하고 함께 나아감으로 해서 우리의 방송도 보다 발전하고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방송제작환경의 발전과 개선’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 저는 믿습니다. 계란으로 석산 치기일지 모르나, 그 자국은 선명히 남습니다.”

송 회장의 취지문 낭독 발표 이후 동료 PD들의 지지발언이 이어졌다. 2015년 MBN 소속 PD의 독립PD 폭행, 지난 6월말 고(故) 박환성 PD가 제기했던 EBS의 정부지원·협찬 지원 관행 등 굵직한 사건 때마다 함께했던 이들이다.

서민원 독립PD협회 부회장은 독립PD협회가 걸어온 지난 세월을 언급했다. 주류에 맞서왔던 소수의 눈물이었다.

“독립PD협회가 생긴지 10년이다. 10년전 설립 당시 방송사들의 반대와 어려움이 있었다. 협회 창립 총회 전날까지 막막했다. 협회 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출마한 게 아니다. 가장 민주적인 매체였던 방송이 내부적으로는 비민주적, 비합리적으로 진행돼 왔다.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하는 PD단체가 자사 이기주의에 빠졌거나 혹은 더 큰 명제로 인해 작은 문제를 등한시해왔다.”

류인수 부위원장은 송 회장의 PD연합회 회장 출마 자체에 의미를 뒀다.

“방송 콘텐츠 제작에 있어 50%를 독립PD들이 제작하고 있다. 독립PD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에 있어 출마에 의미가 있다. 앞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첫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단단한 현실의 벽

이날 기자 회견은 굳은 결의로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 속 바위는 단단했다. 미디어 업계 인터넷 매체 기자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송 회장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작고한 고 박환성 PD 사건을 언급했다. 박 PD는 EBS의 제작비 삭감과 정부 지원금 귀속 문제를 언급하며 방송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송 회장은 “박환성 PD의 일에 대해서는 어떤 방송도 다루지 않았다”며 “여러 PD들의 해외 다큐영화제에서 수상을 해도 방송에는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부회장은 “방송사끼리는 서로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게 관행이라고 했다”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특정 경영진 혹은 인물, 고질적인 병폐에 대해서 방송사들이 외면한다는 얘기다.

최근 일고 있는 공영방송 정상화와 관련된 얘기도 나왔다. KBS와 MBC 내부 구성원들이 제작 거부에 나서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공영방송 정상화’에 집중돼 방송업계에 만연된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뜻이다.

서 부회장은 “공영방송 민주화는 전체 방송 민주화의 작은 부분”이라며 “특정한 방송사에 집중되는 순간 더 큰 중요한 점이 묻힐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방송 시스템 내에 비민주적인 부분을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의견도 있다”며 “지금 MBC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지만, 송 회장이 된다고 해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PD연합회 차기회장은 18일 열리는 전국운영위원회 내 투표(간선제)를 통해 선출된다. 임기는 다음 달 5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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