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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 전 부사장의 재영입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중국 시장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은 현대·기아차 해외 판매 비중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요시장으로 지난해 정의선 부회장이 4차례나 방문해 사업을 직접 챙기며 공들여온 시장이다.
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소 전 부사장은 기아차 중국법인인 동풍열달기아 총경리(법인장)로 재임명했다. 소 전 부사장은 지난 2015년 7월 퇴임한 후 약 2년 만에 다시 컴백한 것이다. 그동안 총경리를 맡았던 김견 부사장은 국내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 전 부사장의 재영입은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소 전 부사장이 기아차를 떠난 지난 2년간 중국 판매 성적은 초라했다. 기아차의 2015년 판매량은 전년보다 4.6% 줄어들었다. 지난해는 4.4% 성장했지만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 증가율이 15%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진한 숫자다.
현대차그룹은 소 전 부사장을 영입하고 오는 4월 중국 사업부의 조직을 개편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중국에서만은 오랜 기간 브랜드와 무관하게 통합 운영해 왔다. 지난 2014년 4월 20여년을 이끌어 온 설영흥 중국총괄 부회장이 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사실상 분리 운영됐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지난해 5월에서야 이를 중국사업본부로 통합했다. 이후에도 실적은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았고,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베이징현대 총경리를 장원신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정몽구 회장이 중국시장을 화교인 설 고문에게 오랫동안 맡긴 것도 ‘관시’의 영향이 컸다. 설 고문은 현대·기아차의 중국 진출에서부터 현대차 4공장 건립까지 다양한 문제를 관시로 해결하면서 현대차그룹 내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평가됐다.
현대차가 이번 정기 승진인사에서 설 고문의 아들인 설호지 베이징현대 브랜드전략 이사를 상무로 승진시킨 것도 중국에서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설 상무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상무는 1976년 생으로 현대차 중국사업을 담당하는 임원 가운데 가장 어리다. 정 회장과 설 고문의 협력 관계가 정 부회장과 설 상무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설 상무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중국 사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