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허브 흔들· 美·英 "민주화 지지".. 中의 선택은

  • 등록 2014-09-30 오후 4:33:35

    수정 2014-09-30 오후 4:33:35

[이데일리 이민정·신정은 기자] 홍콩에서 행정장관 후보 선출 방식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으로 민주화 시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제2의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중국 최대 경축일인 신(新)중국 건국 65주년(10월1일)을 앞두고 빚어진 ‘악재’여서 중국 지도부로서는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AP 등 주요외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홍콩의 정세 불안이 금융시장까지 악영향을 미쳐 홍콩이 누려온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홍콩과 아시아 금융허브를 두고 경쟁해온 싱가포르가 반사이익을 챙기는 모양새다.

‘제2 톈안먼 사태’ 될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단체의 도심점거 시위가 대규모로 확대되면서 홍콩 은행과 학교가 휴업하는 등 도시기능이 마비됐다.

주민과 학생들로 이뤄진 시위대가 우산을 펴고 경찰 공격을 막아내 ‘우산혁명(Umbrella Revolution)’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번 반(反)중국 시위에는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할 때 사용됐던 ‘노란 리본’이 등장했다.

시위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중국과 홍콩 당국이 반중국 시위를 진압하려고 시위대에 발포할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에 따라 홍콩 시위가 자칫 제2의 톈안먼 사태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1976년 4월당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를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해산시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홍콩 행정수반인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 등 정책 결정권자들은 시위대에 대한 발포안을 만들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보고했으나 시 주석이 이를 무시했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이 30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위대는 렁 행정장관이 10월1일까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시위 수위를 한층 더 높이겠다고 경고하며 맞서고 있다.

반사이익 챙기는 싱가포르

홍콩 소요 사태가 싱가포르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홍콩으로 몰리던 투자자들이 싱가포르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은 시위 확산으로 기본적인 금융 업무조차 불가능하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이날 오전 21개 은행, 31개 지점이 휴업한 것으로 집계했다. 영국 방송 BBC에 따르면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터스와 뱅크오브차이나를 포함한 몇명 은행 등은 이미 시위대가 점거한 홍콩중심가 지점 영업뿐 아니라 자동입출금기(ATM) 서비스까지 중단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도 시위대가 점거한 어드미럴티 지역 은행문을 일시적으로 닫았다.

신용평가기관 피치의 아시아·태평양 국가 등급 평가 책임자 앤드루 콜키훈은 “홍콩 시위 상황이 단기적으로는 홍콩 신용 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소요가 확산돼 홍콩 경제와 금융 안정이 흔들리면 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싱가포르 지부의 촤학빈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소요 상황이 계속될 경우 싱가포르가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 분석에 의하면 싱가포르는 인구 540만 명에 연간 GDP가 지난해 기준 2980억 달러인데 반해 홍콩은 720만 명에 2740억 달러로 엇비슷한 규모다. 싱가포르는 또 유화 및 제약주, 그리고 환거래가 강점이다.

그러나 홍콩은 증시 규모가 3조 7000억 달러로 세계 5위이며 홍콩 항셍지수의 절반가량이 중국 본토 기업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싱가포르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중국 당국은 홍콩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호한 대처를 강조했지만 홍콩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홍콩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정치적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10월 중순부터 홍콩과 중국 상하이증시가 연동되는 ‘후강통(상하이-홍콩 주식시장 교차매매) 실시를 앞두고 있다. 폴 크리스토퍼 웰스파고 국제투자전략 부문장은 “홍콩은 중국 은행과 기업들이 역외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관문이기 때문에 홍콩의 경제적 역할에 해를 입히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압박하는 美·英.. “민주화 지지”

미국과 영국 등 서구진영도 홍콩 시위를 민주화 운동이라며 지지해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 발표했던 영국·중국 공동성명을 언급하며 “자유는 보통선거를 통해 가장 잘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도 정례 브리핑에서 “기본법(홍콩 헌법격)에 따라 이뤄지는 홍콩 보통선거와 홍콩인들 열망을 지지한다”며 “미국 정부가 홍콩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우리는 특구정부의 ‘의법처리’를 신뢰하며 굳건히 지지할 것”라면서 “다른 국가가 ‘센트럴 점령’ 시위와 같은 불법활동을 지지하는 것도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격)는 지난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후보자를 후보추천위원회 1200명의 절반 이상 지지를 얻은 2~3명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대학생들과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센트럴을 점령하라’ 시위대는 이같은 방침이 반중(反中) 인사를 후보군에서 배제하고 친(親)중국 인사만이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며 22일부터 거리 시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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