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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우크라이나는 표면적으로 유사점이 있다. 두 나라 모두 강력한 독재국가들에 의해 통일될 수 있다는 위험 속에 있다. 그리고 서방의 민주주의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한 번도 통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명목 아래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蔣介石·1887∼1975)가 이끄는 국민당은 대만으로 패퇴한 이후 중국과 다른 정치 체제를 갖췄다. 하지만 중국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대만을 한 개 성(省)으로 여긴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2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단지 우리 인접국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며 “우리 고유 역사와 문화, 정신적 공간에서 뗄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주장을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들의 반응이 어떤지, 그 대응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반군 지역인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독립국으로 인정한다고 선포한 후 미국과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등이 속속 대러 제재에 나서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시 주석은 중국의 경제 성장 속에 대만을 장악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대만 해협에서 중국의 정찰활동은 빈번해지고 있고 수년 내 침공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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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 대만과 더욱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는 전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대만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의 대만 지지는 반석처럼 굳건하다”고 밝혔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부 장관과 전날 공개 대담을 갖기도 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매케인 국제리더십 연구소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우 부장은 22일(현지시간) “대만은 중국이 언제 침공할지 예상하지 않고 대비를 할 것”이라며 “내일이 됐든, 내년이 됐든, 또는 10년 후가 됐든 우리는 영원히 준비를 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완전히 연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버드대 페어뱅크 중국학연구센터의 레프 나흐만 연구위원은 “미국이 수십년간 대만과 관계를 구축해 온 방식이 우크라이나나 유럽연합(EU) 또는 나토에 대한 책임과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응하는 방식은 대만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완전히 내정…우크라와 달라“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독립 문제와 연관된 이번 사태에 동조할 경우 대만 독립과 관련한 명분 싸움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중국은 또한 대만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연결 짓는 것을 불편하게 보고 있다.
마샤오광(馬曉光)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만 당국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양안 관계와 연관 짓는 움직임에 대해 “대만 문제는 완전히 내정에 속한다”며 “대만 민진당 정권은 최근 미국 등 서방 여론에 동조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중국의 대(對)대만 군사 위협을 악의적으로 과장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 대변인은 “대만 당국은 대만 문제를 국제화하고, 대만 내 반중 정서를 선동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민진당의 사익을 위한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며,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것은 역사적, 법리적으로 반론의 여지가 없다”라며 두 사안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역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