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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에서 약 2시간 가량 걸려 내려간 충남 당진의 한 농지. 국내 농기계 제조업체 대동(000490)이 진행한 자율작업 농기계 시연회에서 육중한 콤바인이 우렁찬 시동 소리와 함께 벼 수확에 나섰다. 콤바인은 핸들이 없이 좌우에 달린 스틱으로 전·후진, 좌·우 방향전환을 해야 하는 형태라 운전이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번에 대동이 내놓은 3단계 자율주행 콤바인 ‘DH6135-A’는 전문성을 가진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정밀한 작업을 수행했다.
운행 과정을 일일이 간섭할 필요도 없다. 한 번만 수동으로 농경지 제일 바깥쪽으로 돌면서 모서리를 지정하는 형태로 작업 면적을 정하고 회전 공간만 확보하면, 그다음부터는 수확 경로를 알아서 생성·추정해 수확한다. 이 농지는 전날 비가 왔던 관계로 상당히 울퉁불퉁하고 젖어있는 상태였지만 자율주행 콤바인은 큰 무리 없이 수확에 나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도도 높다. 정지 상태에서 위치 정밀도는 2cm 이내, 작업 경로 추종 시 최대 오차 7cm 이내의 정밀한 작업을 수행한다.
수확량 모니터링도 눈에 띈다. 대동의 농업 솔루션 플랫폼 ‘대동 커넥트’ 애플리케이션에서 가로·세로 4m, 8m, 10m 단위로 농경지 구획 면적을 결정하면 수확 후 각 구획마다의 곡물 수확량을 볼 수 있다. 이는 곧 농사 계획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곡물의 생육 상태에 맞춰 최적의 시비(비료살포) 및 방제(농약살포)의 판단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랙터는 콤바인과 마찬가지로 경작지를 한 바퀴를 돌면서 4개의 꼭짓점을 정하고, 시작 위치 및 회전 방법을 선택하면 자율작업 코스가 자동 생성돼 작업을 할 수 있다. 자율작업을 최초 1회만 하면 해당 경작지에서 사용한 작업기와 자율작업 코스가 저장돼 이후부터는 별도의 세팅 없이 경작지만 선택해 자율작업이 가능하다. 간단 제동인 ‘이지 스탑’, 급출발 방지 ‘컴포트 클러치’, 선회 시 핸들 조향을 최소화하는 ‘SS턴’ 등을 채택하면서 운전 편의성도 높였다.
이앙기는 직진 자동 레버를 조작해 간편하게 직진 자동 구간을 등록하면 해당 구간 내에서 이앙기가 자동 직진해 작업자는 별다른 조작 없이 모를 심을 수 있다. 원래 이앙기는 운전자와 모판 운반자 2인 1조로 운영해왔지만, 자율주행을 통해 운전자가 최소 운전만 하며 모판을 운반할 수 있어 1인 이앙 작업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농번기 때 보조 작업자 확보의 어려움을 덜고 인건비 등의 비용을 줄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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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농기계는 이 과정에서 농업인들의 피로도를 낮추고 작업 효율을 높인다. 대동은 여기에 ‘논농사 정밀농업’ 서비스까지 더해 곡물의 생육 상태에 맞춰 최적의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사의 메커니즘을 전환할 계획이다. 정밀농업은 농업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벼 생육 전 주기에 걸쳐, 최소 자원을 투입해 최대 수확을 거둘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동은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총 76만㎡(23만평)에 달하는 전국 53개 벼 재배 농경지에서 벼의 생육 전주기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 필요 비료의 종류와 살포량에 대해 맞춤 처방을 하고 수확량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농민의 경험에 근거해 비료를 살포했던 것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비료량은 6% 감소, 벼 수확량은 18% 증대하는 결과를 얻었다.
대동은 향후 무인 작업이 가능한 4단계 자율주행 농기계까지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나영중 대동 AI플랫폼사업부분 부문장은 “지금까지는 GPS 위성정보에 기반해 자율주행을 했다. 그다음 단계는 기계에 인공지능(AI)을 장착, 스스로 판단해 작업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며 “오는 2030년에는 인간의 개입 없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진정한 무인 자율 농업이 가능하도록 기술개발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