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위기의 시대, 건설산업이 갈 길은

  • 등록 2023-08-08 오후 6:49:17

    수정 2023-10-04 오전 9:44:22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달 중남부 지방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로 산사태와 하천 범람이 속출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단시간에 쏟아진 극한 호우가 얼마나 무서운 재난으로 돌변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혹독한 물난리를 뒤로하자 이제는 폭염이 공습했다. 서울과 강릉, 부산 등지에는 밤사이 기온이 25℃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열흘 넘게 나타났다. 이렇게 밤낮으로 더위가 이어지면서 지난 6일에만 107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고 지금까지 총 24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한 2018년 여름, 48명이 숨진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다.

환경파괴가 부른 세계 곳곳 이상기후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미국 네바다주의 데스벨리는 지난달 53.3℃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겨울이어야 할 남미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각각 37℃, 38℃의 최고 기온을 기록하면서 ‘겨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로 제한하는 시나리오에서도 히말라야 빙하의 3분의 1이 녹는다고 했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하는 것으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0’이 되는 탄소 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과 사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화석연료에서 파생된 수많은 생필품과 운송 수단의 연료를 완전히 배제하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프랑스 저널리스트이자 평론가인 제롬 보날디는 ‘(거의) 석유 없는 삶’이라는 저서에서 석유 기반의 산업과 생활 방식은 석유 종속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지적하고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 도전과 제약이 따르는 ‘탈 석유’를 향한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설계·건설·운영단계, 에너지효율 높여야

탄소 중립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생산과 소비 방식, 교통수단, 생활양식 등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변화의 중심에는 ‘건설산업’이 해야 할 역할과 책임도 크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건설산업에 부여된 역할은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인프라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건설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확장된 역할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확보는 기후환경변화의 관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설계와 건설·운영 단계에서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 건설과 해체 과정에서의 건설자재 생산과 사용 최소화, 폐기물 저감 등을 위해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과 혁신은 지금보다 더 강력하고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한 건설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협력 강화는 ‘필수’다. 더불어 사회적 요구와 우려를 반영한 사업 추진은 사회적 ‘의무’다. 기후 위기로 재해 규모와 양태가 달라지고 있다. 기후 위기를 줄이고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건설산업에서도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건설산업의 역할과 책임이자 앞으로의 지향점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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