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첫 국가재정전략회의 때만 해도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재정 178조원을 세입확충 83조원, 세출절감 95조원을 통해 조달하겠다며 재정계획에서 증세를 제외했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올해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불과 2~3일 만에 9만여명의 고소득자와 130개 안팎 대기업 대상의 증세안을 발표했고, 여당은 이번 증세가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대상의 ‘핀셋 증세’라며 네이밍하기 바쁘다.
그러나 ‘초대기업’ 대상의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결국 모든 주주, 근로자, 협력중소기업, 소비자 등 일반 국민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과연 ‘핀셋 증세’로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법인세는 ‘국제경쟁 조세’로 불릴 정도로 기업의 국제경쟁력과 직결된 세금이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의 법인세 인하계획 발표를 비롯해 OECD 35개국 중 80%에 달하는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인하하거나 동결하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맞벌이 부부라면 실질적으로 고소득층이라 보기 어려운 ‘총급여 7,000만원’ 기준이 세제 혜택의 각종 요건이 되면서, 이들은 월세 세액공제와 도서 및 공연비 지출액 30% 세액공제 등에서 제외되었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세제개편안에 이어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는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생애최초 구입자 7,000만원)’이 대출완화 대상 기준이 되면서, 고소득층도 아닌 맞벌이 3040 직장인들의 내집마련 꿈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되었다.
조세논리에 맞고 공평한 과세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과 부동산대책을 보며 적지 않은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 시즌2’를 떠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세금 폭탄’ 역풍을 맞으며 고전했던 정부와 여당이 ‘네이밍’과 ‘타이밍’을 통해 ‘세금폭탄’을 숨기는 것 아닌가. 기우가 현실이 되어 미래세대에 쏟아지는 일만큼은 없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