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안에는 실질적으로 조세 개혁에 필수인 공시지가 현실화 등은 쏙 빠졌다. 현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끝판왕’으로 불리는 종부세 인상으로 실제 늘어나는 세금이 수백만원에 불과해 현금 동원 능력이 있는 자산가들이 느끼는 체감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똘똘한 한채’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부 지역만 오르고, 지방은 장기 침체를 겪는 주택시장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 조정 가능성… 집값 잡는데는 한계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종부세 개편안은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연 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주택(6억원 초과)과 종합합산토지의 과표 구간별 세율을 각각 최대 0.5%포인트, 1%포인트까지 차등 인상하는 내용의 담겨있다. 별도합산토지분 세율은 전 과표구간 일률적으로 0.2%p 인상하기로 했다.
최근 주택시장이 거래절벽에 봉착한 상황에서 매도를 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던 일부 다주택자들이 세부담을 느끼고 매물을 내놓을 경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표구간별 세율 인상은 시장에서 예고된 수준인 만큼, 집값을 잡는데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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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세율인상에도 과세표준 구간별로 주택가격이 50억원을 초과하는 당사자들이 많지 않고, 12~50억원에 구간에 있던 주택 소유자들도 기존 종부세 대상자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이어 “종부세는 세대별 합산과세를 하지 않고 인별로 기준가격 6억원을 넘을 경우 과세하기 때문에 부부소유가 확산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부부가 공시가격 12억원짜리 아파트의 지분을 각 6억원씩 절반으로 나눴다면 세 부담은 없어지는 것이다.
◇“공시제도 손질 없인 조세개혁 어려워”
이번 개편안에 담긴 소형주택 임대소득 특례와 기본공제 축소 또는 폐지 등도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수남 세부법인 다솔 대표 세무사는 “올해까지 시행하기로 한 소형주택(기준시가 3억원·60㎡이하 주택)과 주택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비과세를 내년부터 과세 대상으로 바꿔 임대주택 사업자에게만 기본공제를 해주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임대사업자에게도 기본공제를 안할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럴 경우 정부 입장에서 시장에 신뢰를 깨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하반기 주택시장에 가장 큰 악재는 금리인상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4%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미국 등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도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매니저는 “은행권과 비은행권을 합쳐 국내 부동산 담보대출금액이 56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담보대출금리가 4%대를 넘어 과거 2012년 금리 수준인 4~4.5%까지 올라서면, 이미 빚을 냈던 가구는 이자상환 부담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지난해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산 다주택자와 서민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지만 서울과 지방 간 주택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주택시장은 종부세 강화의 타켓은 아니지만 서울과 지방 부동산 시장이 따로 노는 상황에서 고가주택의 몰린 서울 똘똘한 한채로 쏠림으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며 “조세제도 개혁을 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토지와 주택 공시지가 및 공시가격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아 지역별로 조세불공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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