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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이날 오후 3시께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최종 교섭을 시작했으나 1시간 20분 만에 정회했고, 각자 입장을 정리한 뒤 다시 협상에 나섰다.
교섭 시작 후 정회 전까지 노사는 핵심 쟁점인 구조조정안을 놓고 계속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실무진 논의에서 다소 진전이 있어 서로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본교섭 재개 시간은 당초 예정된 7시 30분에서 30분가량 늦어졌다.
공사는 구조조정 추진 입장 고수, 문구만 수정해 다시 제시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노사공동협의체를 구성해 공사 재정 정상화를 위한 인력운영, 근무제도 등의 경영혁신 방안을 추진한다’ 등 근무제도 변경, 인력 감축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고 전했다.
앞서 사측은 ‘노사 협의체를 통한 근무제 변경, 업무 효율화, 외주화 등을 추진하자’는 기존 입장을 전했고,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노조 관계자는 “마지막 교섭인 만큼 회의를 속개해 대화를 시도하겠지만,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양측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는 14일 첫차 운행부터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승무원은 오전 5시30분 첫차운행부터, 역무직원은 9시부터 파업에 들어간다.
교통공사 직원들도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교통공사 직원은 “승무 직원들의 경우 집회 개최에 대한 안내가 있었으나 역무 직원들은 아직 별다른 말이 없었다”면서 “지난해와 2019년 파업을 예고했으나 새벽에 극적 타결된 적이 있는 만큼 내일 새벽까지는 결과를 지켜봐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공사는 막대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전체 인력의 10% 감축안과 임금동결 등을 제시했고, 이날 오후까지 기존 구조조정안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노조 측에 전했다. 노조는 공사의 재정위기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가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공사의 경영 합리화와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며 관련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공사 노사와 서울시까지 한목소리로 연간 수 천억원대인 노약자 무임수송 비용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이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
서울시 역시 공사의 전신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 이후 경영 효율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각종 비용을 줄이는 자구책을 시행해야 추가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하철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는 파업 철회를 호소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서민들의 발인 지하철이 파업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너무 큰 어려움을 주게 된다”며 “다시 한 번 노조측과 사측 양쪽에 진지한 대화와 타협을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김 총리는 “정부는 최악의 경우 파업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가서는 안 된다고 호소드린다”며 “서울·인천시가 당사자가 돼 직접 나설 것을 요청드린다”고 거듭 촉구했다.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노조가 14일 파업에 돌입하면 퇴직자와 협력업체 직원 등 대체인력 1만3000명을 확보해 지하철 수송기능을 큰 차질 없이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하철은 필수공익사업장에 해당해 파업이 시작돼도 일부 인력은 남아 필수업무를 유지해야 한다. 출근 시간대에는 평상시 수준으로 정상 운행하고, 낮 시간대는 평시의 72.6∼79.8% 수준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또 서울시 직원 150여 명을 역사 지원 근무 요원으로 배치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