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럴타워·협상전략 부재..노사정 협상 결렬 불렀다

고용유연화 합의 도출 실패로 협상 결렬
노사정위 컨트럴타워 역할 제대로 수행 못해
정부 부실한 협상전략으로 노동계 설득 한계
한국노총 노동시장 개혁 판 엎은 책임 져야
  • 등록 2015-04-08 오후 7:36:23

    수정 2015-04-08 오후 7:36:23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협상이 6개월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90여차례의 회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며 극적 타결로 가닥을 잡는 듯했지만, 결국 쟁점이 됐던 고용유연화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두고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결과적으로는 한국노총이 판을 엎었지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콘트롤타워 역할 부재와 정부의 미흡 협상 전략이 협상 결렬 사태를 야기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정부 협상전략 부재가 파국 야기

그동안 노사정은 4인 대표자회의를 통해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것과 파견 허용업무 확대 같은 비정규직 관련 의제를 추후 논의과제로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그 외 핵심 쟁점은 대부분 합의에 실패했다. 특히 핵심 쟁점인 고용유연화를 골자로 한 일반해고요건 완화를 두고서는 신경전만 거듭했다. 정부는 사용자가 저성과자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합리적 기준과 명확한 절차에 따라 해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가 업무성과가 낮거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들을 쉽게 전환배치하거나 퇴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리해고가 사용자들로 하여금 성과부진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임금인하를 강요하거나 고용을 위협하게 할 것이 뻔하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노조 전임자들이 현장으로 복귀할 때 저성과자로 분류돼 해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국노총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였다.

결렬은 한국노총이 먼저 선언했지만, 노사정 협상이 파국을 맞기까지는 정부의 책임 또한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협상 초반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내 들면서 협상력을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정부가 노동계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안전망 확충 방안이었다. 그러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장외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경영계의 반발을 자초했을 뿐 아니라 한국노총이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는 기회도 날렸다.

반면 경영계의 핵심 요구 사안이었던 ‘고용유연화’ 부문은 양보 없이 대치하면서 한국노총을 궁지로 몰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협상을 타결하자니 내용이 없고 내용을 넣으니 타결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협상을 하려면 서로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정부와 재계가 일방적으로 노동계를 압박하는 형국이었다”고 말했다.

노사정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의제 선택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제 선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하면 고용을 안정시키며 질을 높일 거냐로 가는 게 맞는데도 이번 대타협은 특정 계층 문제를 확장해 노동문제 전체로 접근했다”며 “당연히 답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논의 의제도 바꾸고 구성도 다면화 해야 한다”며 “이런 상태로 합의기구를 가져간다면 앞으로 의미 있는 노사정 합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사정위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노사정 회의는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됐다. 특히 4인 대표자 회의나 8인 연석회의 경우 장소와 시간까지 숨기며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

노동계 관계자는 “공개적인 회의를 통해 사회적 공론화를 모색하고 현상을 진단해 문제의 원인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맞는데도 중요한 회의가 밀실에서 진행되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말했다.

정부 ‘노사정 대화 계속하겠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재계가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완전히 철회하고 한국노총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시 조직의 결의를 통해 언제라도 협상에 응하기로 했다. 정부도 노사정 대화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에는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한편 그동안 논의한 내용은 입법 또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협상이 중단됐다고 해서 모든 걸 중단할 순 없어서 앞으로 노사정의 실천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입법사항은 국회로 공을 넘기고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은 행정력으로 처리하려고 할 것”이라며 “대타협을 통해서도 안 된 걸 국회에서 통과시켜줄 리 없고 정부 지침으로 추진하려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의미는 남겼다. 그동안 단절됐던 노사정이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고 이번에 제대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만큼 추후 논의에서 급진전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김동원 교수는 “의미 있는 대화가 많이 이뤄져 다음에 대타협을 할 때는 지금까지 이뤄진 대화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결과 도출까지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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