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1위의 비결? 글로벌 본사의 간섭이 적어서죠”

글로벌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수위 도 넘어
KG그룹, 흑자기업 KFC 매각…동원그룹도 한국맥도날드 인수 포기
KFC 본사, 배달료 매출에 포함해 로열티로 달라 주장
순수 매출만 로열티로 지급했더니 ‘보증금’서 빼가
전문가 "본사 방침만 고수하는 건 시대착오적" 비판
  • 등록 2023-05-02 오후 5:40:14

    수정 2023-05-02 오후 7:27:21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스타벅스코리아가 왜 국내 커피 시장 1위인지 아시나요? 미국 본사가 세계 각국에 있는 스타벅스 운영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고 자율성을 주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6년간 운영하던 KFC코리아를 매각한 KG그룹도, 한국맥도날드 인수에 참여했던 동원그룹도 글로벌 본사의 횡포에 두 손을 들어서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운영 전반을 둘러싸고 본사의 지나치게 빡빡한 간섭과 계약서상 ‘독소 조항’이 손을 떼게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2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사모펀드 ‘오케스트라 프라이빗에쿼티’(오케스트라PE)는 KG그룹으로부터 KFC코리아 인수 절차를 완료했다. KG그룹이 지난 2017년 CVC캐피탈로부터 KFC코리아를 인수한 지 약 6여 년만이다.

KG, 흑자 돌려놓은 KFC ‘포기’…동원그룹도 맥날 ‘인수 중단’

(사진=KFC)
KFC코리아 운영에 애착을 갖고 있던 KG그룹은 본사의 막무가내식 운영 방침에 백기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KG그룹 측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매장보다 배달을 통한 매출 비중이 늘었다”며 “배달료를 매출에 포함해 그 매출의 6%를 로열티로 달라고 (본사가)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료를 별도 회계계정으로 분리해서 순수 매출에 대해서만 로열티를 지급했더니 인수 당시 보증금처럼 넣어둔 ‘로열티 예치금’에서 빼 가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인수계약서에 KFC코리아의 대주주인 KG써닝라이프가 로열티를 못 내면 KG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내도록 연대보증을 요구했다”며 “이는 KG그룹이 공시대상 집단에 들어가면서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는 사항으로 국내 실정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빡빡한 운영정책은 널리 알려진 상황이지만 도를 넘었다는 게 KG그룹의 입장이다.

KG그룹이 인수하기 전 KFC코리아는 만년 적자에 허덕였다. 인수 첫해인 2017년 KFC코리아는 1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61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KG그룹 관계자는 “메뉴 개발도 건마다 승인을 받아야 하고 KFC 매장에서 쓰는 기기도 본사가 정해준 걸로 해야 했다. 그룹이 식품 관련 사업을 할 때 사전논의를 거치도록 하는 조항도 있었다”며 “또 KG그룹과 KFC 미국 본사인 얌브랜즈 간 소송이 불거질 경우 소송비용은 KG그룹이 댄다는 조항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맥도날드)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추진하던 동원그룹도 이러한 글로벌 본사의 ‘감 놔라 대추 놔라’ 식 간섭 조항에 백기를 들고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산업(006040)은 올해 1월 한국맥도날드 매각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인수를 검토했지만 지난달 27일 관련 협상을 모두 중단했다.

자사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국맥도날드의 영업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율권을 갖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본사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사업에 청사진을 그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동원그룹 측은 “그룹이 영위하는 식자재 유통 사업 등과 시너지를 내려면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져야 하는데 식자재 업체 선정부터 메뉴까지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조라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계속 적자를 보는 한국맥도날드를 인수하려면 ‘운영의 묘’가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빡빡하면 누가 인수하겠느냐는 얘기다.

또 다른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을 보유한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퀴티파트너스도 지난해 1월 한국과 일본 버거킹 사업권의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매각 과정이 난항에 부딪히자 지난해 11월 매각 계획을 접은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본사의 빡빡한 계약 조항도 매각에 차질을 빚고 있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후문이다.

간섭 안 하니 제일 잘나가는 스벅…“본사 정책 고루해”

전문가들은 이러한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횡포가 한국 시장과 소비자의 역동성에 반하는 ‘구태’라고 보고 있다. 안 그래도 국내 버거 시장은 ‘고든램지’, ‘슈퍼두퍼’ 등 프리미엄급 브랜드가 들어오면서 고급화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 유명 버거 ‘파이브가이즈’도 오는 7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업종 불문 ‘프랜차이즈 세계 1위’인 스타벅스가 각국에서 ‘열린 경영’을 펼치면서 ‘커피 제국’을 구축한 점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벅스는 현지 사정에 맞게 운영의 묘만 잘 살린다면 크게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스타벅스코리아는 ‘문경 오미자 음료’ 등 지자체와 협력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모바일 앱 내 사전 주문 서비스 ‘사이렌 오더’도 한국에서 먼저 고안해 시작했고, 이를 흡족해 한 미국 본사에서 받아들이기도 했다.

한 커피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 본사가 코리아에 ‘이런 메뉴가 나왔는데 팔아 볼래’ 제안해도 ‘우리 시장엔 별로다’라고 하면 강요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사가 하니까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이 아니라 한글 간판을 달든 지방 특산물 음료를 만들던간에 크게 간섭하지 않는 게 부동의 1위 커피전문점이 된 힘”이라고 해석했다.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본사가 통일성을 유지할 필요는 있지만 일부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운영 행태는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버거 시장과 역동적인 한국 시장에선 시대 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미 포화 상태인 버거 시장은 유명 브랜드의 잇단 한국 진출로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은데 본사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역동적인 한국 소비자와 기업을 인정하지 못하고 고루한 본사 방침을 강요하면 한국 시장에는 안 먹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업체에 재량권을 많이 주면 글로벌 본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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