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재석한 국회의원 259명 전원 찬성으로 이같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 보상금 상한액이 30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한액이 폐지되고, 수입의 회복 또는 증대 금액의 30% 이내에서 보상금이 지급된다. 즉 현행 한도(30억원)를 없애고, 과징금을 비롯한 제재금의 30%까지 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내부 신고자에게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신고자 보호와 관련된 업무를 진행할 경우 원활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근거 조항도 마련됐다. 권익위 이외의 기관에 신고한 경우에도 공익신고자 보호·지원에 관한 사항을 안내하도록 하는 내용, 권익위로부터 징계 요구 등을 받을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르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파격 보상금 도입에 美 공익제보 334건→1만835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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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개정안은 정무위 이용우 의원이 제보자에게 파격적으로 보상하는 미국 제도를 참조해 대표발의한 법안을 기반으로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제보자에게 지급한 우리나라 포상금 연간 총액은 2021년 1185만원, 2022년 0원, 지난해 1억850만원에 불과하다. 익명 제보는 불가능하다. 포상금 재원은 금융사가 부담하는 감독분담금이기 때문에 재원이 한정돼 있다.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Hester Pierce SEC commissioner)은 지난해 11월 워싱턴 D.C. SEC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10여년 전 미국에서 제도를 바꿔) 포상금을 강화하자 SEC가 접근하기 어려운 내부 정보들을 많이 입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조 2023년 12월11일자 <내부고발자에 3700억원 포상금…5조원 개미 피해 막았다>)
이데일리가 SEC가 작년 11월 펴낸 연례 의회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SEC가 제보자 포상금으로 지급한 금액이 작년에만 약 6억달러(7914억원)에 달했다. 포상금 지급 건수를 보면 주가조작 등의 제보자에 대한 포상 건수가 제일 많았다. 이어 폰지나 피라미드 사기, 코인, 기업 공시나 재무, 내부자 거래 순이었다. (참조 12월16일자 <7914억 제보자 포상금…‘제2 임창정’ 없는 美>)
관련해 강석훈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데일리와 만나 “내부 제보를 하면 관련 업계에서 더이상 일을 못하기 때문에, 평생 먹고살 정도의 포상금을 줘야 비리에 대한 내부 제보가 가능하다”며 “배신자 프레임 때문에 미국도 내부 제보가 힘들었지만, 파격적인 제보자 포상금 등 자본시장 생리를 잘 반영한 제도 덕분에 SEC가 증권범죄를 효과적으로 잡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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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통과한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올 하반기 8월께부터 도입될 전망이다. 김상수 정무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과징금 등) 환수된 금액의 일부로 지급되는 것이라 재정당국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작다”며 “내부신고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기 호루라기재단 이사장은 통화에서 “유럽의 주요 국가는 신고 포상금이 없는데 이번 개정안 처리로 미국식 제도가 국내에 전면 도입되는 것”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공익 제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30% 이내에서 몇 퍼센트로 보상금을 줄지는 결국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등 정부부처에서 보상금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이날 논평에서 “공익신고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국가나 지자체의 소득임에도 그동안 지급한 보상금은 국가나 지자체의 수익의 10% 미만에 불과했다”며 “이마저도 상한액을 설정해 공익신고자에게 정당한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컸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국회는 오늘의 보상 강화에 머물지 말고, 공익신고자에 대한 ‘필요적 책임감면’ 제도와 같은 공익신고자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의 도입을 입법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