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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금은 부인할 수 없는 금리 상승기다. ‘제로금리’의 대명사였던 미국이 어느덧 내후년 3% 가까운 경로를 향해 가고 있다.
미국이 움직이는데, 우리나라도 선택지가 많지 않다. 시기와 횟수가 문제일 뿐, 추후 기준금리 변동 방향이 인상 쪽이라는데 이견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시선은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한 14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에 쏠릴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부채는 과연 안전한 것일까.
한국은행이 14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는 이같은 우려에 대한 분석과 경고를 동시에 담고 있다.
취약차주 ‘금리 충격’ 만만치 않을듯
한은은 자체 가계부채 DB를 통해 향후 대출금리가 1%포인트 일시에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했고, 그에 따른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 변화의 정도를 추정했다. 그 결과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승 폭은 평균 1.5%포인트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1%포인트 미만이 절반 이상(60.9%)인 것으로 추정됐다. 차주의 이자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결론이다.
하지만 이는 모든 가계를 대상으로 한 조사다. 더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상황이 취약한 가계의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저소득층(하위 30%)이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DSR 상승 폭이 5%포인트 이상인 구간에서 저소득층 비중은 32.4%로 나타났다. 이는 1%포인트 미만(17.6%), 1~5%포인트(15.5%) 구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고소득층(상위 30%)은 확연히 달랐다. DSR 상승 폭이 5%포인트 이상인 구간에서 고소득층은 46.9% 정도였다. 1%포인트 미만(54.5%)과 1~5%포인트(62.8%)인 경우보다 그 비중이 오히려 작았다.
이는 저소득층일수록 금리 상승시 원리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고·중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한 대출’에 노출돼 있다는 뜻도 된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취약계층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고위험 대출을 보유하면서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여타 차주에 비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숨은 뇌관’ 2금융권 자영업대출 60兆
그 연장선상에서 한은이 집계한 제2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자영업자대출) 결과도 주목된다. 올해 3분기말 비(非)은행금융기관의 개인사업자대출은 약 60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3%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10.1%)을 큰 폭 상회하는 것이다. 비은행 법인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증가율은 각각 17.2%, 7.6% 늘었다. 제2금융권의 대출 전반이 증가했지만, 그 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이 유독 빚을 많이 진 것이다. 자영업 대출은 가계대출 리스크 중에서도 ‘숨은 뇌관’으로 불린다.
특히 두드러진 게 부동산·임대업이다. 제2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중 부동산·임대업의 비중은 3분기 말 현재 31.6%였다.지난해 말(27.6%)에 비해 4.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만에 하나 금리가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다면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관련 대출이 부실화하면 제2금융권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9월 말 현재 국내 가계의 신용대출 규모는 21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계대출(1173조6000억원)의 18.1% 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