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반일(反日)과 혐일(嫌日) 사이

日수출보복 후 국내 반일운동 한달째 지속
소비자 운동에 업계도 동참…전방위 불매
영사관 기습 침입에 日업체 제품 훼손까지
혐일, 반일운동 목표달성 막고 日 반발만 사
  • 등록 2019-07-24 오후 3:45:19

    수정 2019-07-24 오후 3:45:19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반대`와 `혐오`, 언뜻 비슷한 듯 하면서도 엄연히 다른 단어들이다. 둘 다 상대에게 으르렁대는 모습을 연상시키지만 반대는 상대에게 내 주장을 관철시키고 나아가 설득하기 위한 행위인 반면 혐오는 단지 상대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일본 정부의 수출 보복조치로 인해 촉발된 이 땅에서의 반일(反日) 움직임을 보면서 현재 우리는 일본에 반대하는 것일까, 일본을 혐오하는 것일까 되돌아보게 된다.

이달 초부터 이뤄진 반일 운동의 시작은 소비자들의 자발적 불매운동이었다. 시민들은 예약해 둔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일본산(産) 맥주 구매를 거부하는 등 이른바 `보이콧 일본`을 선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일본의 반성과 사과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령 철폐 등을 요구하는 손글씨 릴레이가 이어졌다.

업계도 반일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24일 택배노조는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 모여 `유니클로 배송 거부`를 선언했다. 택배 노조는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의 경제보복 행위를 규탄하며 유니클로 배송 거부 등 범국민적 반일 물결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마트 노조도 “일본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 일본 제품을 홍보·안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반일 운동에 업계까지 동참하면서 건전한 사회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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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일 열기가 뜨거워지면 질수록 건설적인 반대가 자칫 파괴적인 혐오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2일 반일행동 부산청년학생 실천단 소속 대학생 6명이 부산 동구 소재 일본영사관을 무단으로 침입, 기습 시위를 벌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결국 우리 외교부는 “외교공관의 안정을 교란하는 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과격한 혐일 운동에 결국 우리 정부가 유감을 표하는 볼썽사나운 광경이 연출된 셈이다.

반일 감정을 표하는 도가 넘치는 행동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유니클로 빨간 립스틱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일과 20일에는 한 50대 여성이 경기도 수원시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 진열된 흰색 양말 수십켤레를 빨간색 립스틱으로 훼손했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며 경찰은 추정했지만 합리적인 반일 운동 와중에 자칫 지나친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을 만했다.

과격한 혐일이 이어지게 되면 반일 운동의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정적 접근으로 인해 오히려 일본이 큰 소리 칠 수 있는 명분만 줄 뿐 그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긴 어렵다는 얘기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장기 훼손·일본 제품 테러·건물 침입 등 과격한 시위가 진행될수록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여론도 급격히 냉랭해 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강제 징용 문제 해결·경제 보복 철회 등 애초 반일 운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점쳤다.

사태 초기만 해도 “반일 운동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배짱을 부렸던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로 하여금 ”한 임원의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결국 우리 국민 앞에 머리 숙이게 한 것은 감정적인 혐일 운동이 아닌 냉정하고 합리적인 반일 운동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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