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바이오 업계 일각에서는 허가 심사를 담당하는 중앙약심이 말을 바꾸고 상업화에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세포치료제의 허가 장벽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한다. 최근 조건부허가를 반려당한 파미셀(005690)의 알코올성 간경변 치료제 ‘셀그램-LC’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6년 도입한 조건부허가 제도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또는 ‘중증의 비가역 질환’에 사용하는 세포치료제의 경우, 허가 이후 임상 3상(치료적 확증 임상) 진행을 조건으로 임상 2상(치료적 탐색 임상) 결과만 갖고 제품 허가를 내주는 것이다. ‘비가역’은 주위 환경 변화에 따라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증의 비가역 질환이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질환이 심해질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식약처와 중앙약심은 지난 2017년 12월 파미셀이 조건부허가를 신청했을 때 셀그램-LC로 치료하는 알코올성 간경변은 중증의 비가역 질환에 해당해 조건부허가 대상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심의에서는 파미셀이 임상시험에 등록한 환자를 중증으로 보기 어렵다고 돌연 말을 바꿨다.
중앙약심 위원들이 내세운 근거는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의 심각성을 확인하는 지표인 ‘Child-pugh’ 점수다.
Child-pugh 점수는 5~6점(A), 7~9점(B), 10~15점(C)으로 구분하며, 점수가 낮은 A는 경증, B·C는 중증으로 분류한다. 2017년 당시 식약처는 알코올성 간경변의 Child-pugh 등급이 B·C의 경우 중증의 비가역 질환에 해당해 조건부허가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파미셀이 임상을 진행한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가 조건부허가 대상인 중증의 비가역 질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17년과 달리 “중증의 환자로 보이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났다.
그러나 임상을 주도한 백순구 원주세브란스 교수가 2016년 ‘헤파톨로지’와 지난해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셀그램-LC의 임상에서 Child-pugh 평균값은 대조군, 1차투여, 2차투여 각각 8.1, 7.6, 7.8로 8에 가까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약심은 중증인 7점 이상 수치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임상 대상을 ‘중증이 아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측은 “파미셀의 경우 조건부허가 불허의 주된 사유는 비가역 질환 기준보다 임상 결과의 타당성이었다”며 “임상 2상이 조건부허가 기준에 맞지 않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미셀은 조건부허가 불허 결정과 관련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특히 임상 2상에서 높게 나타난 생존률을 강조할 계획이다. 파미셀이 임상 2상에서 4년간 환자를 장기추적한 결과, 2년 생존율은 94%, 4년 생존율은 83~90%로 기존에 학계에 보고된 것(B등급 기준 2년 생존율 57%, 5년 생존율 20%)보다 높았다.
파미셀 관계자는 “식약처 심사관 요구에 따라 임상 2상 장기추적관찰 결과를 통한 4년 생존율 데이터를 제출하고, 중앙약심 회의를 위한 참고자료로도 제시했으나 이를 무시당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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