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인플레에 전세계가 떤다…생필품값 급등·주가 급락 공포

팬데믹 극복하고자 뿌렸던 '공짜 돈'의 역습
역대급 구인난과 원자재 랠리, 인플레 부추겨
휘발유, 햄버거, 화장지 등 안 오르는 게 없다
향후 1년 인플레 기대, 2013년 이후 최고치
"자산가치 폭락 온다"…월가는 인플레 논쟁중
미국 인플레는 곧 전세계 문제…긴장감 점증
  • 등록 2021-05-12 오후 11:05:00

    수정 2021-05-13 오전 4:38:34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구인 광고판을 붙인 트럭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인 맥도널드의 가맹점주협회(NOA)는 지난 9일(현지시간) 회원들에 서한을 보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구인난에 대한 내용이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NOA 이사회는 바이든 정부가 매주 제공하는 3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일하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게 더 나아졌다”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NOA는 “고용주는 급여 인상과 보너스 도입 등 인센티브를 통해 대응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좋은 것”이라면서도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해 쏟아부은 돈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물가 급등 부메랑으로 날아든 셈이다.

NOA가 언급한 건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이다. 빅맥은 미국인들이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해온 음식이라는 점에서 그 여파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NOA는 “가격 인상은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고용주들은 이를 부담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 시한폭탄이 커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 곳곳 덮치는 인플레 공포

팬데믹발(發) 돈 풀기가 물가 급등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국내에서서는 인플레이션 공포를 부추기는 ‘역대급’ 구인난과 원자재가 인상 등이 모두 천문학적인 재정·통화 지원의 후유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손잡고 쏟아부은 돈잔치에 1년간 함께 파티를 즐겼던 전세계 자산시장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전미자영업연맹(NFIB)에 따르면 소기업의 44%는 4월 채용 공고를 냈으나 실제 고용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절반 가까이 인력을 뽑지 못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노동부 집계를 보면 지난 3월 채용공고는 역대 최대인 812만건에 달했다. 구직사이트 인디드의 닉 벙커 이코노미스트는 “수백만건에 달하는 채용공고는 얼마나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어려운지 보여준다”고 했다.

문제는 구인난이 인건비 상승을 촉발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패스트푸드 체인인 치폴레는 오는 6월 말까지 시간당 평균 임금을 15달러로 인상했다. 경제 봉쇄 해제로 고객이 급증해 새로 채용해야할 인원이 2만명이나 되서다.

다만 이와 동시에 주요 메뉴 가격은 오를 수 있다고 치폴레는 전했다. 이외에 쿠라 스시, 치즈케이크 팩토리, 텍사스 로드하우스 등 주요 체인들이 줄줄이 메뉴 가격을 올리고 있다.

브라이언 니콜 치폴레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수요와 공급이 뒤틀린) 노동시장은 외식업계가 겪었던 최대 난제 중 하나”라고 했다.

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 랠리도 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 역시 전례 없는 돈 풀기의 결과다. 지난 10일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인근 주유소는 자동차 보통 휘발유를 갤런당 2.99달러에 팔고 있었다. 2달러 중후반대에서 며칠 사이 또 오른 것이다. 이 주유소에서 일하는 직원 A씨는 “이미 3달러 넘게 파는 주유소들이 흔하다”고 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북동부 일대의 자동차 보통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달러 초반대로 1년 전보다 40~60% 치솟았다. 뉴욕주(40.11%↑), 뉴저지주(51.78%↑), 펜실베이니아주(49.98%↑), 코네티컷주(57.89%↑) 등에서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 자동차는 곧 발과 같다. 기름값이 오르면 생활물가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외에 프록터앤드갬블(P&G), 킴벌리-클라크 같은 업체들은 화장지, 기저귀 등의 가격 인상을 공언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인들의 물가 상승 기대심리는 연일 높아지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설문을 보면, 4월 기준 향후 1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3.4%로 전월(3.2%)보다 상승했다. 2013년 9월 이후 최고다.

월가는 연일 인플레이션 논쟁중

월가는 연일 인플레이션 논쟁에 한창이다.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 충격이 일시적이며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자신하지만, 월가 거물들의 진단은 이와 다르다. 미국 정부와 연준이 돈을 너무 풀어서, 자산가격 급락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전설로 불리는 스탠리 드러켄밀러 뒤켄패밀리오피스 회장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시장이 번창하고 경제가 호황인데도 연준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수조달러의 채권을 사겠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위험하다”며 “시장이 완전히 광기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연준이 달러화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어디서든 거래 수단과 가치 저장소로 인정 받고 전세계 중앙은행이 준비통화로 보유하는 달러화의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창립한 레이 달리오는 “너무 많은 돈이 경제에 유입돼 거품을 양산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역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뉴욕 증시는 근래 들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정책당국의 돈줄 조이기 속도가 빨라지면 뉴욕 증시 등 자산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곧바로 전세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임을 시사하는 다양한 증거들이 있다”(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며 진화에 나선 연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면서 이틀 연속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상품가격이 치솟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되면서 투자심리가 나빠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 등 기술주 비중이 큰 대만 자취엔지수는 12일 장중 8% 넘게 폭락하며 1969년 이후 사상 최악의 장중 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낙폭을 줄였지만 전거래일과 비교해 4.1% 하락한 1만5902.37에 거래를 마쳤다. 4월 최고치에서 9.6% 떨어진 수준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며 성장주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진 게 대만 증시 급락을 야기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만에서는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명 발생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하루 최다 기록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대만증시 영향을 받아 2% 넘게 빠졌다가 1.91% 떨어진 2만8147.51에 장을 마쳤다. 토픽스지수도 1.47% 하락해 1877.95를 기록했다. 코스피 역시 1.49% 하락한 3161.6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인플레이션 급등 우려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에 외국인이 기술주를 중심으로 이틀 연속 2조원 이상 순매도를 쏟아내면서 장중 2%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시장 투자자들이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과 채권 수익률 상승에 베팅하면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는 가운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62% 상승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송유관 운영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송유시설이 10일(현지시간) 시스템 해킹으로 나흘째 가동을 멈추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 '열애' 인정 후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