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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약 20분간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 정부는 위기극복 정부이면서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는 정부로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성과는 발전시키고 부족함은 보완해 다음 정부에 튼튼한 도약의 기반을 물려주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튼튼한 방역을 통한 국민 삶의 완전한 회복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 시대로 △주택시장 안정을 포함한 선진국 수준의 삶의 질 격상 △지속가능한 평화 제도화를 중점 과제로 언급했다.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 없는 국정수행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아울러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데 “적대와 증오와 분열이 아니라 국민의 희망을 담는 통합의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후보가 극심한 네거티브 경쟁에 돌입하자 우려 목소리를 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신년사임을 고려한 듯 연설 중 ‘정부’를 28차례 언급하며 임기중 치적을 담는데 중점을 뒀다. 5년 전 취임 당시를 떠올리며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인수위 없이 출범한 우리 정부는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진전시켰다. 투명성과 개방성이 확대된 사회, 언론자유와 인권이 신장된 나라가 됐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남북관계와 직결된 ‘평화’는 12회 언급했다. 지난해 신년사와 비교해 두 배 정도로 늘었으나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그러면서도 “아직 미완의 상태인 평화를 지속 가능한 평화로 제도화하는 노력을 임기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평화는 튼튼한 안보 위에서 가능하다”며 국방력 강화가 성과로 언급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음에도 “임기 내 정부의 일관된 포용적 성장정책으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영길 vs 이준석, 신년인사회서 언중유골
문 대통령은 신년사 연설 직후 청와대 충무실로 이동해 신년인사회를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온라인 영상회의로 열렸다. 문 대통령은 임인년을 상징하는 커다른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배경 앞에 앉아 화상으로 5부 요인과 국무위원, 정당 대표, 경제 종교 시민사회 각계 대표, 일반 국민 등 총 46명의 참석자를 환영했다.
참석자들의 덕담도 이어졌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회는 흔들림 없이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며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강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라고 했는데, 위기의 강을 건널 화합의 다리를 놓고, 호시우보(虎視牛步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소처럼 신중하게 간다는 뜻)의 자세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경제계를 대표해 참석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기술혁명과 기후환경 등 대전환의 시기를 맞아 기업이 도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원팀 플레이가 중요하다”면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소외계층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 바란다”고 희망했다.
차기 대권을 놓고 당대당 경쟁 중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뼈있는 덕담을 건냈다. 송 대표는 “연초 현충원 방명록에 ‘범 내려온다, 물렀거라 코로나’라고 적었다”고 상기하며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이어나가 중단없는 발전을 이루고, 경제 회복과 민생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지만 해는 반드시 떠오른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의미있는 족적을 남기는 한 해가 되겠다”고 했다.
여야간 대립은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한 평가로도 이어졌다. 박성준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끝나지 않은 위기를 완전히 끝내겠다는 극복의 의지를 밝히는 시간”이었다며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국민께서 부여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반면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정권실패 백서’를 써도 모자랄 판에 또다시 허무맹랑한 소설을 썼다”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