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첫날, 실효성 놓고 갑론을박..대출 옥죄기 용두사미 되나

시범운영 기간 당국 구속력 없어
전문가 "대출 심사 역량 강화해야"
제2·3금융권 '풍선 효과' 우려도
  • 등록 2018-03-26 오후 5:07:26

    수정 2018-03-26 오후 5:07:26

은행권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비롯한 새 대출규제를 시행한 26일 오전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상희 유현욱 기자] 결혼을 앞두고 이달 초부터 전세자금대출 상담을 받으러 다닌 회사원 윤모(32)씨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 ‘당장 대출을 받으라’ ‘소나기만 피하라’는 상반된 글을 은행 직원에게 보여줬더니 웃더라”며 “조만간 DSR 허점을 공략하는 노하우가 공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DSR 시범 시행 첫날인 26일 제도 도입에 대한 타당성과 실효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6개월 동안은 시범 도입 기간으로 명시적인 법규(규제)가 아니라 구속력이 없는 자율규제이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이를 어겨도 제재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대출을 받아야 할 이들마저 제1금융권 대출 길이 막혀 제2·3금융권으로 떠밀리는 이른바 ‘풍선 효과’ 우려도 남아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 주도로 ‘여신심사 선진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시범적으로 도입됐다. 핵심은 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받을 때 산출한 DSR 비율이 높으면 대출을 제한된다는 내용이다. DSR은 개인이 1년 동안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눠 100을 곱한 값이다. 각 은행이 설정한 고(高) DSR 기준은 100%다. 150%를 넘긴 신용대출이나 200%를 넘긴 담보대출은 어려워진다는 식이다.

은행들은 앞으로 약 6개월 동안 DSR을 대출 심사 보조 지표로 활용하고 하반기부터 금융위원회가 정한 DSR 비율이 나오면 본격적인 관리 지표로 활용할 예정이다. 시범 운영 기간인 만큼 당분간은 은행이 DSR을 어기더라도 금융당국이 제재의 칼을 꺼내 들지는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마다 ‘키 높이(고 DSR 기준)’가 달라 시범 운영 기간 효과를 분석해 금융위가 적정선을 정하면 그에 맞는 규제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은행은 심사 강화 구호를 외칠 뿐 실질적인 대출 조이기는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DSR 기준이 느슨한 편이라 일반적인 경우 대출한도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은행권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DSR은 대출 한도를 일괄적으로 축소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연소득 대비 적정 대출 규모를 유지하라는 의미”라며 “소득 수준 대비 대출이 지나치게 많거나 소득 입증이 어려울 때 DSR 비율이 기준을 넘겨 대출받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신용대출도 매달 나눠 갚는다는 생각으로 대출받는 게 바람직하다”며 “가능한 길게 대출 기간을 가져가면서 새희망홀씨, 사잇돌중금리 대출 등 서민 금융상품을 활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또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감소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풍선 효과 우려도 여전하다. 저축은행·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도 하반기부터 DSR이 순차적으로 시범 도입되지만, 도입 직전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은행권과 금리 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신용대출이 수혜를 볼 수 있다.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면밀히 따지려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은행들이 심사 역량을 고도화하기보단 신용등급이나 현재·과거 소득만을 기준으로 단순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 심사 시 현재나 과거 소득만 반영되고 미래 소득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상환 여력이 있지만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금융소비자들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금융사들이 대출 심사 시 미래 소득 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반적인 사항을 잘 모니터링해 의도치 못한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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