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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기사 5378명 불법파견 결론…본사에 직접고용 책임 물어
고용부는 지난 7월 11일부터 한달 간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업체 11곳, 가맹점 58개소 등 68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파리바게뜨가 가맹점 근무 제빵기사를 불법파견한 사실을 확인해 시정지시했다고 21일 밝혔다. 아울러 고용부는 11개 협력업체들이 제빵기사에 연장근로수당 등 총 110억 1700만원을 미지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미지급 수당을 조속히 지급하도록 시정 지시했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에 대해 사실상 직접 지휘·명령을 하는 등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 실질적으로 사용사업주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법상 허용한 교육·훈련 외에 채용·평가·임금·승진 등에 관한 일괄적인 기준을 마련해 시행했을 뿐 아니라 소속 품질관리사가 출근시간 관리는 물론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시와 감독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임영미 고용부 고용차별개선과장은 “불법파견을 해소하기 위해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기사 전원의 직접고용을 지시했다”면서 “시정지시 이후 25일 이내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본사 측은 고용부가 본사를 실질적인 사용사업주로 판단한 것은 프랜차이즈 사업의 특성을 간과한 무리한 법해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본사 관계자는 “직접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본사가 제품의 품질 관리를 위해 개입한 부분만 보고 사용사업주로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파리바게뜨 본사 측은 여건상으로도 고용부 지시를 이행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빵기사들은 이번 고용부의 직접고용 지시를 환영하면서도 고용부와 파리바게트 본사간의 법적다툼이 장기화할 경우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고용부가 불법파견으로 결론낸 만큼 협력업체와 가맹점간 도급계약 또한 무효화돼 본사가 고용을 거부할 경우 아예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어서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본사 소속이 된다면 갈 곳도 많아지고 처우도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본사와 고용부가 법적다툼을 벌이면 제빵기사들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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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을 직접고용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가맹점주가 제빵기사들에게 업무관련 지시를 내리는 것은 파견법을 위반한 행위다. 파견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직원에 대해 직접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본사 관계자는 “도급계약 당사자가 협력업체에서 본사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현재 프랜차이즈업계 구조상 불법파견 업무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해결책은 가맹점주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또한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도급계약상 불법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단계는 아니다. 다만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에 연장근로 등을 요청한다고 해서 이것만 가지고 불법으로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번 근로감독에서도 가맹점주들이 제빵기사에게 연장근로 등을 요청하는 등 지휘·감독에 일부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문제 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고용부의 이번 조치가 프랜차이즈 업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업계는 본사와 가맹점, 협력업체 등 복잡한 구조로 얽혀 있는 데 서로 협업하는 관계도 아니다”면서 “본사는 가맹점에 대한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과 강력한 통제를 해야한다는 것이 ‘가맹사업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고용부는 제빵기사들을 일반 제조업 노동자처럼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