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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백약이 무효다. 범정부 차원의 가계부채 대책에도 부동산 투자를 위한 가계대출은 여전히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 8월 대책이 나온 직후인 지난달 가계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가계부채 급증세의 근본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이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문제를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여전히 ‘고공행진’
1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9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한은이 가계대출 통계를 편제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9월 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8월(8조6000억원)보다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대부분은 부동산 투자용이다. 6조1000억원 중 5조3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훈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거래가 견조하고 집단대출 취급이 꾸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만1000호를 기록했다. 최근 강남지역 재건축을 중심으로 서울의 부동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게 대표적인 현상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지난 8월 25일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은 내부의 우려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A 금통위원은 “미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전 연방준비제도(Fed) 등에서 가계부채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다수였다”면서 “현재 우리나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관점에서 보기보다 어딘가에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 하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8·25 대책은 구체적으로 가계부채를 어떤 식으로 할 지를 얘기하지 않았다. 그것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현재 가계부채 수준은 너무 높으니 서서히 고삐를 죄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가계의 마이너스통장대출 증가액은 8000억원으로 전월(2조5000억원) 대비 감소했다. 추석 상여금을 받은 가계가 대출을 줄이는 계절적인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작 기업은 대출 줄여…“경기전망 좋지 않아”
가계와 달리 기업은 자금조달을 줄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기업대출 증가액은 전월 대비 1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은이 기업대출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9월 기준으로 가장 낮다. 9월 증가액이 1조원대로 내려앉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보통 기업은 분기 말이 되면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일부 상환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계절적인 요인 외에 향후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데 따른 영향도 작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 첨병은 산업계라는 점에서 좋지 않은 신호다. 금융권 한 인사는 “결국 기업들이 새 먹거리를 향해 움직여야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중 시중통화량(M2·평잔기준)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7% 내외로 추정된다. 전월(7.2%)보다 소폭 낮아진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