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못 갚은 동아원그룹, 워크아웃 추진(종합)

  • 등록 2015-12-18 오후 6:08:57

    수정 2015-12-18 오후 6:08:57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동아원(008040)그룹이 약 300억원 회사채를 갚지 못하고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추진할 처지에 빠졌다.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고자 올초부터 강도높은 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그룹 지주사격인 한국제분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그룹 전체가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리게 됐다.

300억원 규모 사채 상환 못해 디폴트 선언

동아원은 18일 무보증사채 원리금 303억9750만원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동아원은 “당사의 최대주주는 경영권 이전을 수반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방식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해 이 사채를 상환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해 부득이 원리금을 만기에 변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동아원은 “신속하게 사채권자집회를 소집하겠다”며 “채권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채권금융기관공동관리절차 개시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원그룹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간 것은 지난 13일 저녁부터였다. 한국제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JKL파트너스가 매각 측에 인수 철회를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제분 매각주간사인 EY한영과 동아원그룹은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한화자산운용 컨소시엄과 협상에 들어갔지만 18일 딜은 결국 무산됐다.

원매자들이 잇따라 한국제분 인수를 포기한 이유는 한국제분 자회사인 동아원의 회사채 상환 요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동아원은 18일 만기 회사채 상환을 위해 산업은행에 자산유동화담보부대출(ABL)도 신청한 상태였지만 산업은행의 대출 승인의 전제 조건은 원매자의 자금 협조였다. 동아원그룹으로서는 한국제분 원매자를 어떻게든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이날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동아원의 기업신용등급을 일제히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NICE신용평가는 이날 동아원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강등하고 추가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동아원 신용등급을 ‘BBB-’에서 ‘B+’로 강등한 NICE신평은 결국 불과 이틀 만에 동아원 회사채 등급을 7단계나 강등했다.

한국신용평가도 같은 날 “동아원은 자산유동화와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이 여의치 못함에 따라 기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동아원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로 조정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동아원 주가도 이날 어김없이 하한가의 쓴 맛을 봤다. 동아원은 전일 대비 605원(29.88%) 떨어진 1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희상 회장 ‘지나친 와인 사랑’ 화불러

동아원그룹이 이처럼 속수무책 무너진 배경에 대해 투자은행(IB)업계 일각에서는 그룹 오너인 이희상 회장의 각별한 ‘와인 사랑’ 탓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과거 동아원그룹 딜을 담당했던 한 IB업계 관계자는 와인 애호가로 잘 알려진 이희상 회장이 다른 자산 매각에는 전혀 관심도 갖지 않다가 와인 계열사 매각 얘기만 나오면 사사건건 신경쓰고 나서는 바람에 딜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술회했다.

동아원그룹은 나름대로 자구 노력을 펼쳐 왔다. 올초부터 마세라티, 페라리 등 슈퍼카 수입·판매사인 FMK(포르자모터스코리아)를 시작으로 △운산빌딩 △포도플라자 △당진탱크터미널 △코도피드밀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 △나라셀라 등 자산 매각을 빠르게 진행해 왔다. 그러나 와인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들의 경우 매각이 지나치게 지연되거나 매각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올초부터 매각을 추진하던 와인 수입 회사 나라셀라의 경우 몇 차례나 매각이 무산된 끝에 이달 초에야 와인유통 업체인 오크라인에 매각됐다. 이 회장이 최대한 비싼 가격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레스토랑 운영회사인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을 매각할 때도 와인 바인 ‘뱅가’만 제외하고 팔았다.

1000억원 이상의 자산 가치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 매각 작업도 최근에야 겨우 시작했다. 이 회장이 벼랑 끝에 몰리고서야 결국 품 안의 와인 사업을 마지못해 내놓은 탓에 동아원그룹 전체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 관련기사 ◀
☞고장난 '워치독'에 동아원 개인투자자만 날벼락
☞동아원, 300억원 규모 사채 원리금 만기 변제 못해
☞'페라리를 타는 와인 마니아' 이희상 동아원 회장, 그룹 위기 자초했나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찍 하트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칸의 여신
  • 스트레칭 필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