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공장 가동률 높인 정유업계...고유가 장기화에 ‘좌불안석’

고유가 장기화에 석유제품 가격도 치솟아
서울 휘발유 판매가격 ℓ당 2000원 돌파
석유제품 소비 위축에 정제마진 하락 불가피
“적어도 5월부터 정제설비 가동률 하향 검토”
  • 등록 2022-03-15 오후 8:15:36

    수정 2022-03-15 오후 9:11:59

[이데일리 박민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정유공장 가동률을 선제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탄탄한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수요를 기반으로 원유정제설비(CDU)를 사실상 풀가동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상태다.

SK에너지 울산컴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1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개사(SK(034730)에너지·GS(078930)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S-OIL))는 이르면 오는 5월부터 원유정제설비(CDU) 가동률을 8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DU는 원유를 끓는 점의 차이에 따라 △액화석유가스(LPG) △나프타(납사) △등유 △경유 △중유 등 각종 석유제품으로 분리하는 공정을 말한다.

정유업계는 올해 초만 해도 지난해 평균 70%대에 그쳤던 CDU 가동률을 90%대로 끌어올리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석유제품의 국내 소비와 해외 수출량이 늘어나는 등 수요가 확대된다고 판단, ‘물 들어올 때 노 젓듯’이 CDU 풀가동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정유 4개사의 CDU 평균 가동률은 81.6%로서 전년 동기 대비 9.9%포인트(p)나 상승했다. 정유사들의 평균 가동률이 80%를 넘어선 것은 2020년 3월(80.65%) 이후 22개월 만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2만5000원)를 돌파하는 등 고유가가 지속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통상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 추이를 따라가는 석유제품 가격도 급등하면서 수요 위축 우려가 커졌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국 평균 리터(ℓ)당 2000원에 육박한 상태다. 서울은 지난 11일에 2020.22원을 기록하며 이미 2000원을 돌파했다. 서울 휘발유 값이 2000원을 넘어선 것은 월별 기준으로 2013년 9월 이후 약 8년 6개월 만이다.

휘발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는 당장 소비 감소로 이어질 조짐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도 수요만 일정부분 받쳐준다면 사실 걱정될 게 없지만, 문제는 수요 감소”라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도 “최근 국제 휘발유 가격 상승세를 고려할 때 국내 휘발유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휘발윳값 상승은 가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소비량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제품 소비 감소에 따라 정제마진이 떨어지면 정유업계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악화할 수 밖에 없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값으로 정유사 수익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장 가동률을 높게 유지하면 수익성만 낮아진다”며 “지금 같은 고유가 상황이 계속되면 적어도 5월부터는 공장 가동률을 낮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공식화한 만큼 국제유가 불안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러시아의 원유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글로벌 원유 재고가 현 4억배럴에서 3억배럴로 감소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제유가는 최대 150달러(약 18만70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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