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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는 올해 초만 해도 지난해 평균 70%대에 그쳤던 CDU 가동률을 90%대로 끌어올리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석유제품의 국내 소비와 해외 수출량이 늘어나는 등 수요가 확대된다고 판단, ‘물 들어올 때 노 젓듯’이 CDU 풀가동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정유 4개사의 CDU 평균 가동률은 81.6%로서 전년 동기 대비 9.9%포인트(p)나 상승했다. 정유사들의 평균 가동률이 80%를 넘어선 것은 2020년 3월(80.65%) 이후 22개월 만이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국 평균 리터(ℓ)당 2000원에 육박한 상태다. 서울은 지난 11일에 2020.22원을 기록하며 이미 2000원을 돌파했다. 서울 휘발유 값이 2000원을 넘어선 것은 월별 기준으로 2013년 9월 이후 약 8년 6개월 만이다.
휘발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는 당장 소비 감소로 이어질 조짐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도 수요만 일정부분 받쳐준다면 사실 걱정될 게 없지만, 문제는 수요 감소”라고 말했다.
석유제품 소비 감소에 따라 정제마진이 떨어지면 정유업계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악화할 수 밖에 없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값으로 정유사 수익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장 가동률을 높게 유지하면 수익성만 낮아진다”며 “지금 같은 고유가 상황이 계속되면 적어도 5월부터는 공장 가동률을 낮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공식화한 만큼 국제유가 불안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러시아의 원유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글로벌 원유 재고가 현 4억배럴에서 3억배럴로 감소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제유가는 최대 150달러(약 18만70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