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년만에 성장률 전격 상향…시장은 '뜨뜻미지근'(종합3보)

한은, 2014년 4월 이후 처음 성장률 상향 조정
"GDP 0.1%P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나" 비판도
채권시장 영향력 미미…"李총재 발언, 중립적"
  • 등록 2017-04-13 오후 5:22:03

    수정 2017-04-13 오후 5:22:0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한국은행이 3년 만에 경제성장률을 전격 상향 조정했다. 당초 올해 성장률을 2.5%로 봤다가, 2.6%로 0.1%포인트 올린 것이다.

이는 한은이 보는 국내 경제가 한층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방증이다. ‘국가대표 리서치센터’ 한은이 경기 회복을 공식 진단한 만큼 다른 연구기관들의 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세적인 반등 국면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오차 범위 수준인 0.1%포인트를 올리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금융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한은 금통위 “성장세 다소 확대”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2.5%에서 2.6%로 0.1%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것은 지난 2014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당시 3.8%에서 4.0%로 0.2%포인트 올렸다.

이는 경기를 보는 한은의 눈이 밝아졌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국내 경제는 소비가 여전히 저조했으나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다소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실제 수출은 지난해 11월 2.3% 증가(전년 동기 대비)로 돌아선 이래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늘었다. 이번달 1~10일 수출도 6.1% 증가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이 선봉장이었는데, 이런 수출 증가세는 생산과 설비투자까지 끌어올렸다.

이주열 총재는 “연초 소비심리가 많이 낮아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탄핵 결정 이후 대선 일정 확정 등으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고 했다. 한은이 집계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7로 전월 대비 2.3포인트 상승했다. 2월 소매판매도 3.2% 증가하며 4개월 만에 반등했다.

한은의 경제전망이 갖는 무게감은 어떤 기관들보다 크다. 정부의 전망치는 정책 의지까지 반영된 ‘목표치’에 가까우며, 민간 연구기관들은 관련 인프라가 한은에 한참 못미친다. 한은은 어느 곳보다 순수하고 정교한 ‘예측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한은이 성장률 방향을 ‘윗쪽’으로 잡은 만큼 다른 기관들의 전망치도 바뀔지 주목된다. 경제계 전반도 올해 초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긍정적이라는데 이견이 거의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18일 경제전망을 수정한다. 당초 2.4%에서 더 상향할 가능성이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번달 말 수정치를 발표한다. 거시 전망을 담당하는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종전 2.2%에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요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경기 회복세를 사실상 공식화한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 4월호(그린북)’에서 “우리 경제는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함에 따라 생산·투자의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부진했던 소비도 반등하는 등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1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하면서, 정부의 전망치(2.6%)와 그 수준이 같아졌다. 자료=각사


“추세적인 상승 국면 판단은 일러”

다만 추가적인 완연한 상승 국면으로 갈 것이라는 판단까지는 아직 이르다. 한은이 상향 조정을 했다고 해도 연 성장률 2.6%다. 지난해(2.8%)보다도 절대적인 수준은 낮다.

시계를 넓혀보면, 최근 몇년째 지속되고 있는 ‘L자형 불황’ 국면을 벗어날 가능성까지는 거론하기 어렵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의 경제학 교수는 “장기적인 L자형 불황도 세세하게 뜯어보면 그 안에 단기적인 등락은 있다”고 했다. 이번 회복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의 거시경제 담당자들도 경기가 확 살아날 수 있을지 여부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은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수출 호조가 내수까지 퍼지는 것을 더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당분간 기존 성장률 전망치인 2.3%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불과 0.1%포인트 올린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민간 연구기관 임원은 “0.1%포인트 차이의 GDP 증가율로 경기 변화를 얘기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 “그 정도는 오차 범위 수준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채권시장 영향 미미…환율은 급락

국내 금융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다. 당장 서울채권시장부터 거의 반응이 없었을 정도로 영향력이 미미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되면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는 게 보통인데, 0.1%포인트 정도는 의미를 부여할 정도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 총재도 중립적으로 보이려 애썼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2bp(1bp=0.01%포인트) 하락한 1.674%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 역시 3.3bp 하락한 2.172%를 나타냈다. 한은이 경기 회복을 언급하는 데도, 안전자산인 채권을 샀다는 의미다.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하던 중에도 강세(채권금리 하락) 폭은 오히려 더 커졌다.

서울외환시장은 그나마 영향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1.70원(1.03%) 하락한 112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의 가치가 것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는 의미다.

특히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중에 장중 10원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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