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대위' 구교환이 터뜨린 상상력…'반도'는 어떻게 '밈'이 됐나

N차 관람에 코스프레 계정까지…세계관 재해석도 활발
'탈출 게임', '밈'까지 등장…서 대위 역할 관심 계기
연상호 감독도 응답…쌍방향 소통이 낳은 트렌드
  • 등록 2020-08-12 오전 6:00:00

    수정 2020-08-12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서 대위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반도’ 등장인물들이 카페에 간다면?”

(사진= 트위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최근 SNS상에서 영화 ‘반도’를 관람한 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질문과 반응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가 일명 트위터 ‘반도러’들을 낳으며 SNS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도러’(반도+-er)는 ‘반도’를 N차 관람(같은 영화를 몇 번 이상 극장에서 보는 것)하거나 MD를 사 모을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들은 서 대위(구교환 분), 한정석(강동원 분), 준이(이레 분), 황 중사(김민재 분) 등 극 중 캐릭터의 이름을 딴 SNS 계정(일명 부계, 코스프레 계정)을 만들고 이들의 성격, 감정에 빙의된 듯한 게시물들을 활발히 올리거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인터뷰 기사와 관련 사진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공유한다. 영화 속 세계관을 분석하고 토론해 재해석하는 것을 넘어 극중 캐릭터들을 활용한 ‘밈’(MEME, 특정 신조어나 사진, 영상들이 재미 요소로 온라인상에 많이 소비돼 하나의 유행이 되는 현상)까지 생산하고 있다.

김헌식 평론가는 “영화에 명확히 드러내지 않은 인물들의 숨겨진 전사(前事)와 아포칼립스물로서 ‘반도’의 세계관이 지닌 탄탄한 디테일과 몰입도, 주인공부터 빌런까지 어느 캐릭터 하나 빠지지 않는 본연의 매력과 서사 등 요소들이 관객들에게 재해석과 추측의 여지를 제공하면서 일종의 팬덤을 형성한 것”이라며 “관객의 재해석과 재구성의 과정에 연상호 감독 등 제작자들도 직접 응답하는 쌍방향 소통의 과정들이 더 큰 상상력과 재미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연상호 감독 페이스북)
밈→‘탈출 게임’까지…서 대위가 쏜 신호탄

지난달 15일 개봉한 ‘반도’는 연상호 감독의 전작 ‘부산행’의 속편격 영화다.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 서울에 남겨진 자들이 벌인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SNS에서는 ‘#반도’, ‘#반도러’, ‘#서대위’ 등 작품 관련 각종 해시태그들과 함께 각종 밈이 생산되고 있다. 반도 캐릭터들의 상황별 리액션을 그린 ‘반도러(반도 캐릭터)들이 카페에 가면?’과 캐릭터들의 성격 및 특성과 절묘히 맞아떨어지는 교실 급훈을 소개하는 ‘반도 급훈’ 짤이 대표적이다. 영화 속 장면들을 코믹하게 활용한 각종 패러디짤도 유행 중이다.

오픈 단체 채팅방을 활용한 ‘반도 탈출 게임’까지 등장했다. 영화 속 캐릭터, 스토리상 디테일들을 활용한 퀴즈를 풀어야만 해당 채팅방 입장 및 퇴장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한 트위터 ‘반도러’가 처음으로 이 게임을 만든 뒤 어려운 난이도로 ‘반도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고, 유사한 성격의 채팅방 게임들이 만들어지면서 배급사 NEW까지 트위터로 해당 게임 참여 및 홍보에 가세했을 정도다.

이 모든 신드롬에 불씨를 당긴 주인공이 구교환이 연기한 극 중 빌런 ‘서 대위’ 캐릭터란 점이 인상적이다. 자신을 ‘반도러’라 소개한 고등학생 정선민(가명) 양은 “서 대위 역할이 남긴 강렬한 인상, 여운과 달리 막상 극에서 서 대위와 관련해 나온 정보는 거의 없어 궁금증을 유발했다”며 “심지어 인물 소개의 기본인 이름조차 없다. 황 중사도 마찬가지다. 서 대위의 구체적 서사가 궁금해지면서 631부대가 어떻게 미쳐갔는지, 미치기 전 민정(이정현 분), 준이(이레 분) 가족과의 관계는 어땠을지까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 개봉 직후 트위터에서는 인기 톱20 트렌드 및 키워드에 ‘대위 이름’이 등장할 정도로 서 대위 역할이 큰 관심을 끌었다.

(사진=연상호 페이스북)
연상호도 소통 가세…“영화도 ‘밈’ 놀이 될 수 있어”

열렬한 관심에 연상호 감독도 응답했다. 연상호 감독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 대위의 일러스트와 함께 “반도의 치명적 그. 서상훈 대위”란 문구로 본명을 직접 밝혔다. 그 후 ‘황 중사’의 본명(황태수) 및 ‘반도’ 용어 사전까지 공개해 팬들의 궁금증을 직접 해소시켜줬다.

배급사 NEW 관계자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캐릭터 각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반도러’와 같은 팬덤 현상이 시작된 것 같다”며 “연상호 감독도 그만큼 팬들의 궁금증과 관심에 대한 응답을 빨리 해소해주는 등 소통의 재미를 느끼다 보니 이 현상이 더 폭발적이고, 길게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때로는 관객들이 기발하고 재치있는 마케팅 트렌드를 개척해주는 것 같다”며 “저희도 따라가며 함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이를 잘 모으고 수렴해 어떻게 더 좋은 결과물들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작 ‘부산행’과 ‘반도’ 간 공통점을 찾는 움직임도 있다. 여객선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반도’의 시퀀스를 KTX에서 전개되는 ‘부산행’과 연관짓는다. 엔딩에서 유진(이예원 분)을 끌어안고 질주하는 한정석의 모습을 ‘부산행’ 속 석우(공유 분)가 수안(김수안 분)을 껴안고 달리는 장면과 비교하며 ‘반도’와 ‘부산행’의 오마주 장면들을 찾기도 한다.

연상호 감독은 이와 관련,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중엔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문화를 공유하게 될지 모른다. 영화도 ‘밈’ 문화 속에 들어가 ‘놀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략)답은 존재하지 않으나 그것을 잘 이용하면 더 재미있는 놀이거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예측이 이번 작품을 통해 현실로 실현된 셈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캐릭터 각각이 지닌 매력도 있고 영화 자체도 근 미래에 폐허가 된 서울의 배경을 뛰어난 CG(컴퓨터그래픽)와 연출로 효과적으로 구현해 세계관을 표현해낸 게 한 몫했다”며 “또 기존 상업영화에서 주로 ‘약자’로 표현됐던 여성, 그것도 어린아이들이 뛰어난 자동차 액션 장면을 리드하고 소화해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밖에 캐릭터 패션, 분장 등 매력적 디테일들이 팬덤에 의해 재평가, 재해석되면서 ‘밈’으로도 탄생한 게 아닐까. 숲과 나무가 잘 어우러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도’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반도 탈출 게임’. (사진=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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