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인기스타로 자리잡았다. 첫 우승의 물꼬를 트더니 3주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잠시 주춤하다 3승을 더했다. 내년 신지애(하이마트)가 미국으로 떠나면 한국 투어를 앞장서 이끌어야 할 책임을 안았다.
서희경(22·하이트)이다. '지존' 신지애에 1승이 모자라는 6승, 그리고 상금도 6억원을 넘기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그를 지난 23일 제주 롯데 스카이힐CC에서 만났다.
올시즌 성적 아직도 꿈만 같아
골프없는 인생 생각도 안해봐
남자친구는 아직 밝히기 곤란
-올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시즌 6승, 그것도 하반기에만 거둔 성적인데요.
"정말 복이 터진 것 같아요. 아직도 안 믿겨집니다. 우승할 때마다 현장에선 실감이 나지 않았고요. 집에 가서 트로피를 보고, 경기 장면을 재방송으로 볼 때 아, 내가 정말 우승했구나 하는 게 믿겨지곤 했습니다. 아직도 꿈인 것만 같아요."
-코치가 누구죠. 이렇게 달라지기 전까지 뭐가 변한 것인가요.
"고덕호 프로님에게서 배우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 초까지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는데 하반기 시작하기 전에 체력훈련을 한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쇼트게임을 보완했고, 특별히 샷을 가다듬은 것은 없습니다."
-신데렐라란 별명을 얻었는데, 어때요.
"솔직히 노력 안하는 프로가 누가 있겠어요. 하이원컵이란 큰 대회에서 우승하니까 그런 별명이 붙었는데, 기분 나쁘지 않아요. 저한테만 붙여지는 별명이 아니니까요. 그 후엔 운으로 우승한 게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 아빠(서용환·50) 따라서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취미로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어요. 6학년 때는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시간도 뺏기고, 골프 때문에 아빠한테 혼나는 게 싫어서 채를 놓았던 적이 있어요. 그땐 아빠와 좀 멀어졌었습니다. 중학교 올라가 자연스럽게 다시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운동했죠."
-2005년 여름에 프로에 입문했는데, 그동안 우승 기회는 없었나요.
"2006년에 2번 3위를 했고요, 2007년에도 역시 3위를 두 번 한 게 최고였습니다. 3위는 몇번 했지만 특별히 우승 기회는 없었어요."
-골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정규 투어 첫해, 2006년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주니어 땐 계속 중상위권에 머물렀고, 국가대표 상비군에도 들어 프로에 와서 어느 정도 칠 줄 알았는데요. 첫 대회에서 컷탈락을 했습니다. 컷오프에 대한 두려움, 그걸 극복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소심하게 되고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그러나 2006년 마무리 할때쯤 감이 왔고, 좀 과감하게 마음 먹기 시작했죠.
-성격이 화끈한 편인가요.
"원래는 소심했어요. 하지만 골프를 하면서 바뀌었어요. 특히 올해 전반기 끝나고 많은 게 바뀌었죠. 파퍼팅이 짧아서 안 들어가는 것 보다 과감히 쳐서 안 들어가는 게 속은 후련하잖아요."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얼마이며 장기는 뭔가요.
"240야드 정도 나가요. 멀리 나갈 때는 260야드까지 나가는데, 지금은 체력이 떨어지면서 많이 줄었습니다. 예전엔 쇼트게임을 잘한다고 했는데, 요즘엔 아이언샷이 자신있어요."
"지금은 자신감이 더 큽니다. 동계훈련 기간 체력훈련을 착실히 하고요. 나중에 일본, 미국 무대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습니다."
-신지애 프로와 겨뤄 이겨보고 싶지 않았나요. 내년엔 미국으로 가는데.
"제가 6승을 하긴 했지만, 신프로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투어에서 경쟁할 날이, 머잖아 오지 않을까요."
-남자친구는 있나요? 많은 남성팬들이 궁금해할 텐데.
"그건 밝히기 곤란한데…."(웃음)
-징크스나 좌우명이 있나요.
"이모가 늘 강조하시는 말, '정신일도 하사불성'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고. 징크스는 경기 전에 장어를 안 먹는 것이었어요. 중학교 때 3번인가 장어를 먹고 그때마다 예선에서 탈락해서요. 이젠 그게 없어졌어요. 하이원컵에서 장어 먹고 우승했습니다."
-서프로를 모델삼아 운동하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한 번쯤은 정말 후회 없을 만큼 노력해 봤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결과도 좋아지고, 하늘은 노력하는 자에게 대답을 주시는 것 같아요. 노력은 하되, 너무 집착하지 않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서 프로에게 골프는 무엇인가요.
"인생입니다. 한번도 골프 없는 인생은 생각해본 적이 없고요. 다른 걸 해도 골프가 먼저입니다. 인생이 끝날 때까지 인생을 즐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