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마지막 1년 아쉽긴 했지만 선수로서 난 행복한 사람”

  • 등록 2010-05-07 오전 8:14:15

    수정 2010-05-07 오전 8:14:25


[경향닷컴 제공]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은퇴.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혼자 여행도 다녀왔다.

‘솔직히 은퇴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1년 더 뛰겠다고 고집 부리기에는 몸도 예전같지 않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길 수십번. 그는 결국 마음을 굳혔다.

“언젠가 내려야 할 결정이잖아요. 그게 1년 앞당겨졌을 뿐이죠.”

6일 경기 성남시 분당의 집 근처에서 만난 ‘영원한 오빠’ 이상민(38)의 얼굴은 생각보다 밝았다.

서울 성북초 5학년 때부터 28년 동안 잡아온 농구공. 10여년 청춘을 모두 바친 프로농구 코트. 태극마크를 달고 이뤄낸 화려한 성적…. 한국 최고의 포인트가드로서 명성을 쌓은 그는 이 모든 걸 뒤로 한 채 코트를 떠났다.

삼성과의 계약기간이 1년 남은 가운데 나온 뜻밖의 은퇴 결정. 주변에서는 팀 리빌딩을 윈하는 삼성 구단의 권유에 떼밀려 은퇴했다는 말도 있었다. 삼성 안준호 감독과 갈등이 있어 그만둔다는 소문도 있었다.

“안 감독님과 갈등은 없었어요. 주위의 그런 말 때문에 오히려 몸과 말을 더 조심했는데요. 물론 마지막 1년을 더 뛰고 싶었죠. 하지만 구단과 이야기를 충분히 하다보니 때가 된 것 같았어요.”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허리 통증,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하면서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못한다는 부담감, 1년을 더 뛰어도 예전만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뛰어난 후배들에게 앞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은퇴를 결심하니 옛 추억들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시멘트 바닥에서 훈련하면서 첫 우승을 일궈낸 홍대부고 3학년 시절, 고려대와 연세대 중 어느 학교로 갈까 고민한 시간들, 서장훈과 현주엽이 못뛰는 가운데 28년 만에 정상에 오른 1997년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우승의 기쁨, 중국을 꺾고 아시아 최고봉에 오른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의 희열, 프로농구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에 뽑힌 감격, 9연 연속 올스타 최다득표선수가 된 영예….

“저처럼 오랜 시간 뛰면서 모든 걸 다 이뤄본 선수는 없지 않나요. 저는 정말 행복한 선수였죠.”

다만 미련이 남는 것은 삼성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고 은퇴한다는 점이다. 2007~2008, 2008~2009시즌 연속으로 준우승에 머문 게 아쉬웠다. 그리고 끝내 못 이룬 마지막 꿈에 대한 아쉬움은 뜨거운 눈물로 변했다. 이상민은 지난달 22일 은퇴 인터뷰에서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평소 눈물을 흘리지 않는데, 은퇴를 만류하면서 우는 팬들을 보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실업팀 현대전자 시절부터 정들어 은퇴할 때까지 뛰고 싶었던 친정 KCC에서 2007년 5월 쫓기듯 나와 삼성 입단식에서 눈물을 보인 뒤 공식 석상에서 두번째로 흘린 눈물이었다.

“은퇴 발표가 난 뒤 팬들로부터 며칠 동안 1000통이 넘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어요. ‘은퇴하지 말라’ ‘다른 구단으로 가서 더 뛰라’는 등 은퇴를 말리는 내용이 대분이었죠.”

이상민은 충성도 높은 열혈팬이 가장 많기로 유명하다. ‘이응사(이상민을 응원하는 사람들)’ 회원만 2만명. 이상민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팬들이 있었다. 이상민도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각별했다.

“저도 은퇴할 준비가 덜 됐지만 그것보다 고마운 팬들에게 갑자기 은퇴를 알린 게 너무 죄송했죠.”

이상민이 팬미팅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게 2001년이었다. 이상민은 팬들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조만간 팬미팅에 참석할 생각이다.

이상민은 8월쯤 미국으로 떠난다. 사랑하는 아내 이정은씨(38), 은퇴를 선언한 뒤 착잡한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해 유머책을 읽어준 예쁜 두 자녀와 함께 2년 일정으로 연수를 시작한다.

“먼저 영어공부를 할 겁니다. 농구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죠. 저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되는 셈이죠.”

일단 지도자의 길을 걷기 위한 첫걸음으로 영어공부를 택한 것이다.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아내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단다.

“사실 그후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말뿐입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리 엄마 맞아?
  • 개더워..고마워요, 주인님!
  • 공중부양
  • 상큼 플러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