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페네르바체, 주인공을 꿈꾸는 변방

  • 등록 2008-04-05 오후 1:20:20

    수정 2008-04-05 오후 1:23:28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2007-0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 8강전 첫 번째 경기가 4월2일과 3일(현지시각 기준) 잇달아 열렸다.

아스널-리버풀, 페네르바체-첼시, 샬케04-바르셀로나, AS로마-맨체스터Utd. 등 흥미로운 4색 매치업이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경기 종료 직후 ‘터키의 강호’ 페네르바체가 첫 맞대결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불리하리라는 예상을 딛고 잉글랜드의 거함 첼시를 홈에서 격파(2-1승)하며 신바람을 낸 까닭이다.

페네르바체는 먼저 실점을 허용하는 등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집중력을 유지하며 상대를 압박한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변방’으로 분류되는 터키 리그 클럽이 실력과 인기 공히 절정에 오른 프리미어리그의 강호를 눌렀다는 점에서 ‘이변’으로 표현하기에 손색없는 결과다.

유럽무대서는 ‘들러리’에 가까운 역할이라지만 기실 페네르바체는 자국리그서는 오롯이 ‘지존’으로 대접받는 명문 클럽이다. 1959년 터키 수페르리가 출범 당시 원년 챔피언을 지낸 페네르바체는 이후 통산 17차례 정상에 오르며 라이벌 갈라타사라이(16회 우승) 베시크타스(10회) 등을 제치고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광의 기록이 ‘현재형’이라는 점 또한 돋보인다. 지난 시즌을 포함해 최근 5시즌 간 3차례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변함없는 내공을 과시 중이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28라운드 현재 19승6무3패로 승점63점을 기록하며 당당 1위에 올라 있다. 2위 갈라타사라이(61점), 3위 시바스스포르(61점), 4위 베시크타스(58점) 등 추격자들과의 격차가 크진 않지만 꾸준히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리며 강호로서의 저력을 뽐내고 있다.

그럼에도 페네르바체가 유럽 무대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한 건 자국리그서의 선전을 유럽클럽대항전으로 이어내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다. 특히나 챔피언스리그서의 성적은 그야말로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터키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여러 차례 챔스 무대를 노크했지만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다. 2004-05시즌 3승3패로 조3위를 기록한 것이 이전까지 역대 최고 성적이었을 정도니 나라 밖 클럽만 만나면 매번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꼬리를 내린 셈이다.

지코 페네르바체 감독이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리그 2연패와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라는, 현재 상황에선 다소 소박하다 싶은 과제를 목표로 천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지코 감독은 뜻을 이루기 위해 여름 오프시즌 중 적극적인 전력개편 작업을 단행했는데, 특히나 공격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카짐-리차즈, P.일한, B.알리, C.야신 등 공격가담능력이 우수하고 두 가지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한편, 팀 내 공격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방식 개발에 공을 들였다. ‘측면 공격 강화’와 ‘유럽클럽대항전 경험 보강’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 출신의 베테랑 풀백 호베르투 카를로스를 데려왔고 플레이메이커 겸 최전방 해결사 T.산리(미들즈브러)의 이적 공백은 M.튀메르로 메웠다.

다행스러운 건 적극적인 전력 개편 작업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즌 초반 조직력 부재 현상에 시달리며 갈지자 행보를 거듭해 감독의 퇴진설이 나도는 등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내 정상을 되찾았고, 강호로서의 면모를 회복해냈다.

특히나 집중 육성한 포워드라인이 기대치를 충족시키며 맹활약해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올 시즌 페네르바체는 자국리그 28경기서 61골(28실점)을 기록, 경기 당 2골 이상씩을 꾸준히 뽑아내는 막강 화력을 앞세워 꾸준히 승점을 쌓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격자원들이 골고루 리그 득점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페네르바체 유소년 클럽이 발굴한 ‘프랜차이즈 스타’ S.센투르트가 만개한 기량을 과시하며 21경기서 14골을 터뜨려 득점 선두로 나섰고 브라질 출신 골잡이 알렉스가 12골(22경기)로 3위에 랭크됐다. 뿐만 아니라 아인트호벤 소속 시절 이영표 박지성의 동료로 활약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M.케즈만이 10골(17경기), 첼시전 결승골의 주인공 데이비드가 9골(25경기)을 기록하며 뒤를 받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공격력이 ‘한 수 위’ 무대로 여겨지는 챔피언스리그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별리그서 챔스 리그 단골 아인트호벤을 제치고 결선토너먼트 진출권을 손에 넣은 데 이어 16강에서는 펠레스코어를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스페인의 거함 세비야마저 격침시켰다. 8강 1차전에서 정상급 방어력을 갖춘 첼시를 상대로 2골을 뽑아낸 것 역시 희망을 드높이는 소재다. 어떤 방패가 막아서더라도 뚫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운 까닭이다.

팀 분위기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페네르바체는 3월9일 베스텔 마니사스포르와의 경기서 승리(4-1)한 이후 5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등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같은 기간 15골 4실점을 기록하는 등 내용 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펼쳤는데, 이 중에는 첼시와의 경기서 거둔 2-1승리도 포함돼 있다.

과연 페네르바체는 4월8일로 예정된 첼시와의 원정2차전 종료 직후에도 환호할 수 있을까. 한 발 나아가 클럽 역사상 최초로 자국리그-챔피언스리그 동시석권이라는 대업을 이뤄낼 수 있을까. ‘행복한 도전’에 나선 변방 클럽의 발걸음에 눈길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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