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급변 대중음악] 침체일로 가요계, 처절한 생존전략

  • 등록 2007-06-18 오전 10:07:28

    수정 2007-06-18 오전 10:09:27

▲ 최근 트로트계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장윤정. 트로트 가수를 키우는 기획사들은 '제2의 장윤정'을 탄생시키기 위해 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가요계 불황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음반을 사는 사람은 갈수록 줄고 불법 다운로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혹자는 이제 음반을 팔아서는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들다며 하소연한다.

과거에는 CD를 마치 무슨 보물인양 수백, 수천장씩 모아두고 흐뭇해 하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음반 컬렉터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음악이 가볍게 듣고 쉽게 흘려 버리는, '소장'의 개념이 아닌 '소비' 대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수 입장에서 한숨만 늘어 놓으며 불구경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가요계에서는 저마다 나름의 돌파구를 찾겠다며 다각도로 불황 탈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일부 가수 및 제작자들의 움직임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 트로트 가수들이 노래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무대로 꼽는 KBS1 '전국노래자랑'

◇ 음원시장 '알바' 동원, '전국노래자랑' 통한 노래 띄우기 '편법' 극성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트로트 가수들의 KBS 1TV '전국노래자랑' 통한 노래 띄우기다. '전국노래자랑'은 장장 28년간이나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던 장수 프로그램.
 
방송3사 음악프로그램들이 3~4%대의 낮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전국노래자랑'은 10%대의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어 트로트 가수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무대로 꼽힌다.
 
때문에 일부 트로트 가수들은 '전국노래자랑'에서 자신의 노래를 알리기 위해 약간의 편법(?)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일단 지역 예심 장소가 공개되면 기획사는 분주해진다. 해당 지역에서 노래 잘하고, 끼 많기로 소문난 인재를 찾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보컬 트레이닝에 들어가는데 전문적인 노래 선생을 붙여 자사 가수의 노래를 집중적으로 연습시켜 예심에 내보낸다. 이렇게 특훈을 받은 사람이고 보니 결선 무대 진출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는 셈.
 
모 트로트전문 기획사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실제 노래 및 가수 띄우기에 성공했고, 현재는 대다수 트로트 기획사에서 이러한 방식을 벤치마킹해 널리 사용하고 있는 추세다.

트로트 전문 기획사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일반 가요와 달리 트로트 가수들은 상대적으로 노래를 알릴만한 무대가 너무 적다" "물론 노래만 잘한다고 '전국노래자랑' 결선에 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들인 일이 허사가 될 때도 많지만 낮은 확률에라도 기대를 걸어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 트로트계의 현실"이라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달라진 음악시장에 발맞춰 음반시장이 아닌, 음원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선 이들도 있다. 일부 기획사들에선 온라인 음원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기용도 마다치 않는다. 이는 어찌 보면 불황 타개책이라기 보다는 편법에 가깝다.

신인 가수를 발굴해 적극 육성 중인 한 매니지먼트사는 "아르바이트생 한명을 기용하는데 일비가 5만원인데 하루 40명까지 고용한 적도 있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이렇게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 주로 하는 일은 해당 가수의 인터넷 음반평 적기 또는 관련 기사 클릭수 높이기 등이다.

음원시장에 아르바이트생을 실제 고용해 봤다는 한 신인 가수의 매니저는 "실제 투자 대비 효과는 그다지 좋은 편이 못되지만 신인 가수 한명 스타만들기는 커녕, 이름 알리기도 힘든 현실에서 이렇게라도 해야 사람들이 존재 여부라도 알아줄 것 아니겠냐"며 하소연했다.
▲ 신곡 '멜로디'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이색 홍보전략으로 관심을 모은 가수 토니안

◇ 저가 음반에 이색 홍보전까지 불황타파 백태 눈길

물론 불황을 이겨내려는 가수들의 움직임 가운데는 편법이 아닌 이색 홍보전으로 정면승부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최근 스페셜 앨범을 발표한 토니안은 신곡 '멜로디'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팬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가수 토니안이 직접 짜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토니안은 하루에도 수천통씩 걸려오는 전화에 일일이 답하며 팬들의 고민상담사 역할까지 자청하고 있다.

한편 김원준이 보컬로 나선 밴드 베일(V.E.I.L)은 음반 가격대를 대폭 낮춘 '1천원 마케팅'으로 침체된 음반시장에 맞서고 있다. 베일은 1.5집 '레슨 01' 발매를 앞두고 곡당 1천원씩 8곡이 든 음반을 8천원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음반가격이 평균 기본 1만원을 호가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20-30% 자체 D/C된 파격적인 가격으로 음반 마케팅에 나선 셈이다.

보도자료를 직접 쓰며 홍보에 적극적인 가수도 있다. 이는 물론 불황기에 특별히 나타난 현상이라곤 할 수 없지만 불황 타파의 한 방법으로 매우 긍정적이라 사료돼 소개한다.

보도자료를 직접 쓰는 가수로는 이승철과 YB의 윤도현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이승철은 신보 발매를 앞두고 혹은 콘서트에 앞서 언론에 배포할 보도자료를 자신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노래하기도 바쁜 가수가 홍보담당자들이 해야할 보도자료 업무까지 직접 도맡으려면 여간 귀찮고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승철은 "노래를 하는 가수만큼 자신의 노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자신만의 홍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가요계 불황은 이제 바닥을 친 느낌이다. 대중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요즘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렵다' 는 말을 입에 붙이고 다닌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요즘 가요계 종사자들의 머릿 속엔 절로 살길이 그려지는가 보다. 잔뜩 움츠러든 가요계가 이러한 움직임들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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