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 황홀한 지산점령기

  • 등록 2012-07-30 오전 6:00:00

    수정 2012-08-03 오후 12:59:40

라디오헤드 보컬 톰 요크
[이천(경기)=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인간의 한계를 돌파하는 듯한 라이브 퀄리티다.” 음악평론가 김작가의 영국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내한 공연을 본 소감이다. 라디오헤드의 27일 공연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쉬 가시지 않았다.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는 이틀이 지난 29일까지도 라디오헤드 관련 글이 굴비 엮이듯 이어졌다. 공연을 보지 못한 라디오헤드팬들은 밴드에 얽힌 추억을 공유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라디오헤드가 20년 동안 단층처럼 쌓아온 음악. 다섯 영국 남자가 만들어낸 멜로디는 머나먼 한국 음악팬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인생의 이야기였다. 2012 런던 올림픽 개막 화제 속에서도 라디오헤드 내한 공연의 나비효과는 컸다.

라디오헤드 지산밸리락페스티벌 공연 모습
“상상 그 이상”라디오헤드의 저력:라디오헤드가 지산을 삼켰다. 데뷔 20년 만의 첫 내한 공연. 라디오헤드는 연주의 치밀함으로 관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라디오헤드가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메인 무대에 선 27일. 3만 5천여 관객은 무아지경에 빠졌다. 라디오헤드 연주는 단단했다. 라이브지만 빈틈이 없었다. 때론 전자기타를 활로 켜고 라디오 방송을 활용하는 실험적인 연주도 선보였지만 흐트러짐이 없었다. 연주의 정교함과 감성적 호소력이 쌓여 만들어 낸 음악의 전율. 이는 신곡의 생경함도 압도했다. 라디오헤드는 ‘노멀 인트로 뮤직(Normal intro music)’ ‘로터스 플라워(Lotus Flower)’ ‘블룸(Bloom)’ 등 신곡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지만, 호응은 뜨거웠다. 관객들은 ‘15스텝(15 Step)’ ‘키드 에이(Kid A)’ ‘아이 마이트 비 롱(I Might Be Wrong)’ ‘더 글로밍(The Gloaming)’등 실험적인 전자음악에도 어깨를 들썩였다. ‘카르마 폴리스(Karma Police)’ ‘엑시트 뮤직(Exit Music)’ ‘플래닛 텔렉스(Planet Telex)’등 대중적인 히트곡이 나올 때면 공연장은 관객들의 ‘떼창’(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름)으로 가득찼다.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Paranoid Android)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폭발하는 기타사운드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정말 특별하다.” 말 없기로 유명한 라디오헤드 보컬 톰 요크도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놀라워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크립(Creep)’도 필요 없었다. 26곡의 공연. 라디오헤드의 두 시간 남짓한 공연은 한국팬들에게 또 하나의 전설이 됐다. 무대에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 연주자들의 공연 모습을 다양하게 분할해 선보인 영상도 새로웠다.

톰 요크
“친환경이 먼저” 개념찬 영국밴드:라디오헤드는 서울 입성부터 남달랐다. 페스티벌 기획사인 CJ E&M 측에 따르면 라디오헤드는 공연 출연 조건으로 ‘친환경’을 엄격하게 강조했다. 무대 및 대기실 등에 재활용 분리 쓰레기통을 마련해 줄 것과 재활용 할 수 있는 식기를 사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플라스틱 및 스티로폼 제품 사용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라디오헤드는 대기실에 전력 소비가 많은 백열전구 대신 형광 전구를 이용해줄 것도 당부했다. 공연 중에 먹는 물도 페트병에 든 생수가 아니라 텀블러나 컵에 담기를 원했다. 음식은 메뉴에 상관없이 공연장 인근에서 재배한 한국 제품이기를 원했다. 응접시 명품 등 특정 브랜드를 요구하는 일부 해외 스타 아티스트와는 판이하게 다른 행보다. 라디오헤드는 친환경 밴드로 유명하다. 톰 요크는 미국 유명 음악잡지 롤링스톤즈가 선정한 친환경 뮤지션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라디오헤드는 해외에 공연 장비를 운송할 때도 비행기보다 연료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에는 공연 장비 두 세트를 따로 구매하고 특정한 곳에 따로 보관해 기차로 장비를 운송하기도 한다. 톰 요크는 집도 지열을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집으로 꾸몄다. 톰요크는 “친환경적인 운송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는 공연을 안 한다”며 영국 최대 페스티벌 중 하나인 글라스톤베리 출연을 거부하기도 했다.

톰 요크
10억+@? 출연료는?:지난 1월30일. 페스티벌 주최 측이 라디오헤드 출연 소식을 발표했을 때 상당수의 음악팬들은 눈을 의심했다. 라디오헤드의 한국 공연을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바라보는 음악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라디오헤드는 유명세만큼 섭외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높은 출연료 때문에 한국 공연 시장에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선도 많았다. 공연기획사들의 꾸준한 물밑작업에도 좀처럼 한국에 눈을 돌리지 않았던 밴드가 바로 라디오헤드였다. 그런 라디오헤드가 어떻게 20년 만에 한국땅을 밟았을까? CJ E&M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스웨이드(Suede)내한 성사 덕이 컸다. 라디오헤드와 스웨이드는 영국에서 같은 음반레이블에 속해있다. 지산에서 좋은 인상을 받은 스웨이드가 1년 후 같은 곳에서 출연 제안을 받은 라디오헤드 멤버들에게 “재미있는 곳”이라고 추천해 준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관심사는 라디오헤드의 출연료다. 공연기획관계자들은 라디오헤드의 지산 개런티로 최소 10억 원 이상을 내다봤다. B음악 페스티벌 관계자는 “라디오헤드 섭외비로 CJ E&M이 1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CJ E&M 측은 라디오헤드 출연료에 대해 “역대 출연했던 아티스트중 최고 수준이만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스웨이드 섭외가 라디오헤드와 스톤로지스(Stone Roses)출연으로 이어졌듯이 라디오헤드 출연이 앞으로 더 다양한 해외 아티스트 섭외에 활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헤드
라디오헤드-지난 1993년 발표한 1집 ‘파블로 허니(Pablo Honey)`수록곡 ’크립(Creep)‘이 대중적으로 한국에서 유명하다. 라디오헤드는 지난 1997년 4집 ’오케이 컴퓨터(OK Computer)‘발매 후 모던록의 아이콘이 됐다. 영국 특유의 우울한 정서와 강렬하면서도 다듬어진 연주가 백미다. 대중적인 성공은 물론 영국과 미국 등 평단에서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밴드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뮤즈(Muse)·콜드플레이(Coldplay) 등의 음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는 미국에 너바나(Nirvana)가 있었다면 2000년대에는 라디오헤드를 시대의 밴드로 꼽는 평론가도 적잖다. 라디오헤드는 2000년 4집 `키드 에이` 이후 몽환적인 전자음악으로 사운드를 확장했다. 동시대 음악인들과 호흡하며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고 있다. 라디오헤드는 음악 뿐 아니라 유통에 혁명도 이끌었다. 라디오헤드는 지난 2007년 7집 `인 레인보우(In Rainbows)`신곡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팬들이 이를 다운로드할 때마다 알아서 값을 내게 하는 신개념 유통방법을 선보였다. 사회적 참여도 적극적이다. 라디오헤드는 지난 2008년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콘서트를 진행했다. 지난 2001년 발매한 5집 `엠네지악(Amnesiac)`에서는 수록곡 `유 앤 후즈 아미(You And Whose Army?)’라는 곡을 통해 이라크 파병 문제로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를 비판하는 가사도 썼다. 라디오헤드가 예술적·사회적으로 미친 영향력 때문에 최근에는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브랜든 포브스 외·한빛비즈)란 책까지 나왔다. 밴드는 톰 요크(보컬, 키보드, 기타)·조니 그린우드(리드 기타)·에드 오브리언(리듬 기타, 백업 보컬)·콜린 그린우드(베이스)·필 셀웨이(드럼)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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