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뮤지션 정엽의 '치열한' 고민

  • 등록 2012-12-12 오전 11:03:15

    수정 2012-12-12 오전 11:05:25

정엽(사진=산타뮤직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정엽(35). 지난 2003년 데뷔한 그는 10년 차 가수다. 명성에 비해 대중이 그의 이름에서 떠올리는 키워드는 몇 가지 없다. 브라운아이드소울과 나얼, ‘나는가수다’ 정도다.

새 앨범 ‘우리는 없다’의 12일 발매를 앞두고 쇼케이스를 통해 취재진과 만난 정엽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만 하고 있으니 난 게으른 뮤지션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어느 날 갑자기 떠본 적이 없다. 그저 지금처럼 천천히 잘 걸어가고 싶은 게 욕심이다. 많은 분이 내 노래를 듣고 한숨을 내쉬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

‘우리는 없다’는 지난해 발표된 정규 2집 ‘파트1:미’(Part1:Me)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작곡팀 허니듀오의 멤버 에코브릿지와 함께 완성됐으며 기존 색과는 다른 다양한 스타일이 포함됐다. 슬픈 발라드부터 정통 스탠다드 팝, 펑키, 네오소울,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 다채로운 시도가 이뤄졌다.

“크게 대중적인 코드로 가지 않았다. 정형화돼 있는, ‘정엽에게 이런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던 노래가 아니다. 변화일 수 있지만 스스로는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퇴화인지 진화인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늘 똑같은 모습을 보여 드리기 싫다.”

그는 “솔직히 욕심 없다. 마음을 내려놨다. 특히 내 스타일이 후렴구에 몰아치지 않는다. 외면받을 수도 있는 곡이 담겼다”고 했다. 그래서 음원 차트 성적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는 “1위를 못한다고 해도 내가 분명히 원하는 느낌을 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히트곡을 배출하는 것만이 뮤지션의 행복은 아니다”고 말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오랜 동료 나얼 역시 그에겐 경쟁 상대가 아니다. 나얼은 지난 가을 발매한 첫 솔로앨범 ‘바람 기억’으로 음원 차트를 장기집권하면 큰 성공을 거뒀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나얼과 경쟁이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얼은 노래를 굉장히 잘하는 ‘나의 멤버’이기 때문이다.(웃음) 오히려 너무 오랜만에 앨범을 내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성적이 좋아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았다.”

정엽(사진=산타뮤직 제공)
정엽이 본격적으로 본인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건 불과 2년 전이다. MBC 라디오 FM4U(91.9MHz) ‘푸른 밤, 정엽입니다’의 DJ로 나서면서부터다.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나서야 비로소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마니아 층에서만 사랑받던 브라운아이드소울도 마찬가지다.

”‘나는 가수다’는 참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등수에 대한 스트레스보다는 어떻게 고품격 무대를 보여 드릴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어떤 방식이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지 알았다.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거기에 들어맞는 가수는 절대로 아니었다. 그래도 음악적 대중의 폭이 넓어진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시즌1 최대 수혜자가 나란 말도 맞다.“

예전과 달리(?)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엽은 ”아직도 부족함이 크지만 이제야 음악을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때보다 돈이 훨씬 많아졌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덕분에) 조금 더 투명하게 음악과 만나면서 욕심을 덜 갖게 된다“고 부연했다.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굳이 어떠한 계산을 하는 음악과는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을 조금 알고 나니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어려워졌다. 내가 한 걸음 다가가면 음악은 한걸음 뒷걸음질친다.“

후크송과 기계음, 공들이지 않은 노랫말, 창작의 고뇌와 유행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게으른 뮤지션’ 정엽의 ‘치열한’ 고민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찍 하트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칸의 여신
  • 스트레칭 필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