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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우리는 없다’의 12일 발매를 앞두고 쇼케이스를 통해 취재진과 만난 정엽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만 하고 있으니 난 게으른 뮤지션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어느 날 갑자기 떠본 적이 없다. 그저 지금처럼 천천히 잘 걸어가고 싶은 게 욕심이다. 많은 분이 내 노래를 듣고 한숨을 내쉬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
‘우리는 없다’는 지난해 발표된 정규 2집 ‘파트1:미’(Part1:Me)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작곡팀 허니듀오의 멤버 에코브릿지와 함께 완성됐으며 기존 색과는 다른 다양한 스타일이 포함됐다. 슬픈 발라드부터 정통 스탠다드 팝, 펑키, 네오소울,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 다채로운 시도가 이뤄졌다.
“크게 대중적인 코드로 가지 않았다. 정형화돼 있는, ‘정엽에게 이런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던 노래가 아니다. 변화일 수 있지만 스스로는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퇴화인지 진화인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늘 똑같은 모습을 보여 드리기 싫다.”
그는 “솔직히 욕심 없다. 마음을 내려놨다. 특히 내 스타일이 후렴구에 몰아치지 않는다. 외면받을 수도 있는 곡이 담겼다”고 했다. 그래서 음원 차트 성적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는 “1위를 못한다고 해도 내가 분명히 원하는 느낌을 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히트곡을 배출하는 것만이 뮤지션의 행복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나얼과 경쟁이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얼은 노래를 굉장히 잘하는 ‘나의 멤버’이기 때문이다.(웃음) 오히려 너무 오랜만에 앨범을 내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성적이 좋아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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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달리(?)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엽은 ”아직도 부족함이 크지만 이제야 음악을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때보다 돈이 훨씬 많아졌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덕분에) 조금 더 투명하게 음악과 만나면서 욕심을 덜 갖게 된다“고 부연했다.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굳이 어떠한 계산을 하는 음악과는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을 조금 알고 나니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어려워졌다. 내가 한 걸음 다가가면 음악은 한걸음 뒷걸음질친다.“
후크송과 기계음, 공들이지 않은 노랫말, 창작의 고뇌와 유행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게으른 뮤지션’ 정엽의 ‘치열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