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잡아먹는 EPL 잔디

딥 인사이드 인 풋볼
  • 등록 2007-05-18 오후 2:06:11

    수정 2007-05-19 오후 8:53:49

▲ 2006-07시즌 우승을 차지한 맨유 [로이터]

프리미어리거 3인방이 모두 다쳤다. 무릎(박지성)과 무릎 인대(이영표), 발목(설기현) 등 다친 부위도 골고루다. 모두 수술을 했거나 수술을 논의 중일 정도로 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

이들은 왜 부상을 당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엄청난 경기수다.

프리미어 리그 경기뿐만 아니라 FA 컵과 챔피언스 리그 경기 일정, 여기에 더해 국가대표팀 경기까지 선수들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있으니 부상은 필연적인 결과다.

하지만 현지에서 이들의 경기 모습을 상세히 지켜본 필자의 생각에 가장 큰 적은 그라운드의 잔디라고 지적하고 싶다. 아니 정확히 지목한다면 잔디를 잘 자라게 하는 토양과 기후가 문제다.

영국은 멕시코 난류와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 기후로 1년 내내 습기가 상당히 높다. 아침에 해가 쨍쨍 내리쬐다가도 소낙비를 뿌리기 일쑤일 정도로 날씨가 변덕스럽다. 강우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지만 강우 일수가 상당히 많다. 또한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 식물들이 생육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그래서 땅은 늘 축축하게 젖어있고 많은 습기를 머금은 탓에 질퍽한 상태를 유지한다.

축구장만큼이나 잔디가 중요한 골프장을 가 봐도 마찬가지다. 땅이 늘 진흙처럼 발에 달라붙어 걸어 다니기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며 쓸어치기보다는 디봇이 퍽퍽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세게 찍어 쳐야만 제대로 된 샷을 구사할 수 있다.

이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잔디밭에서 뛰는 선수들의 에너지 소모량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들 3인방 모두 영국 프로축구에서 뛴 지 정확히 2년 만에 고장이 난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잔디와 토양을 경험하면서 1년차엔 그런대로 버텼지만 2년차의 과부하는 뛰어넘지 못한 셈이다.

미들즈브러에서 뛰고 있는 ‘라이언킹’ 이동국도 지난 5월5일 위건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인저리타임 때 다리에 경련을 일으키며 풀타임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미 박지성이 이동국의 영국 진출 소식을 들은 후 “이동국의 성공은 영국 잔디 적응이 관건”이라고 코멘트를 했지만 현실의 벽은 그보다 훨씬 더 높았던 셈이다. 그만큼 영국의 잔디는 선수들, 특히 해외파 선수들의 몸을 잡아먹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선수들이야 이미 어릴 때부터 숙달이 된 상황이라 그리 큰 문제는 안 될 듯싶다. 수 십년 간 똑같은 상황에서 뛰며 근육의 발달도 그 지형에 맞는 신토불이형으로 형성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월 그리스와의 국가대표 평가전에서도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잔디의 무서움을 체험했다. 풀럼의 비샴 애비 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조재진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축축해서 발이 빠질 정도”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들 프리미어리그 3인방이 다른 리그에서 뛰었더라면 이런 부상이 빨리 찾아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하랴. 절이 싫으면 중이 절을 떠나야지 절이 중을 떠나지 못하는 법.

고통스러운 재활의 기간을 잘 견뎌내고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 볼 수밖에. 물론 악몽 같은 잔디에 다시 서야겠지만 내년 시즌 프리미어리그 3년차로 이젠 더 이상 잔디 딜레마에 몸살을 앓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데일리 SPN 전용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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