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테마록]원 포인트 릴리프 이승호에 대한 단상

  • 등록 2008-04-16 오전 11:25:54

    수정 2008-04-16 오후 12:21:54

▲ LG이승호 [제공=LG트윈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LG는 15일 잠실 KIA전 승리로 3연승을 거두며 한숨을 돌렸다. 3승9패라는 최악의 부진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탈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다. 마운드의 부진이 그것이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던 타격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마운드 운영은 수월치 않다. 15일 현재 LG 팀 방어율은 4.67. 8개 팀 중 7위의 성적이다.

선발 봉중근과 옥스프링 그리고 불펜의 핵으로 떠오른 정찬헌 정도만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전체적인 운영이 원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대목이 있다. 좌완 이승호의 기용 문제다. 현재 LG는 이승호를 사실상 좌타자 상대 원 포인트 릴리프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 저기 구멍이 많은 LG 마운드에서 이승호를 짧게만 쓰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 일일까.

▲왜 그럴까
답은 하나다. 좌완 스페셜리스트 류택현의 공백 탓이다. 류택현은 현재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중이다. 이제 막 캐치볼을 시작한 상황.

김재박 LG 감독은 "류택현이 올라오기 전까진 이승호를 계속 원 포인트 릴리프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좌투수 쪽에서 대안을 찾기 힘든 것이 LG 마운드의 현실이다. LG 한 고참 투수는 "류택현의 공백을 메울만한 대안이 없다. 코칭스태프가 신인급 선수들을 테스트 해봤지만 아직 실전에서 쓸 정도는 안됐다. 사정이 어쩔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승호가 원 포인트 릴리프로 적합한 선수인지, 또 낭비요소는 없는지다. 주로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이승호와 한 타자만을 상대하는 불펜투수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승호의 적성
이승호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아니다. 과감한 몸쪽 승부와 수준급 포크볼로 범타 유도 보다는 삼진을 많이 잡는 유형이다. 자연히 투구수가 많고 주자를 내보내는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 스타일의 변화를 모색하고는 있지만 아직 몸에 완전히 익지는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주자를 내보낼 만큼 내보내면서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전형적인 선발형 투수다.
 
선발 투수는 실점에 덜 민감해야 한다. 점수를 한,두점 뺏기더라도 보다 긴 이닝을 막아주는 것이 더 큰 목표다. 반면 불펜 투수는 주자 하나, 점수 하나를 꼼꼼하게 막아내야 한다. 선발에 익숙한 이승호에겐 편치 않은 일이다.   
 
기록으로도 이승호의 특성은 쉽게 드러난다. 이승호는 올시즌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이 무려 2.10이나 된다. 1이닝당 2.1명은 내보냈다는 뜻이다.
 
결정적으로 좌타자 상대 성공률이 높지 못하다.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4할5푼5리나 된다. 반면 우타자에겐 아직 안타를 맞지 않았다.
 
보직 특성상 좌타자에 비해 상대한 우타자들의 능력이 떨어져서이겠지만 좌타자를 상대로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다른 선택은 없나
대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불펜 활용이 가능한 LG 좌투수 중 이승호를 대신할 만한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팀 자체 평가다.
 
그러나 꼭 봄 옷이 없다고 몸에 맞지 않는 것을 꺼내 억지로 입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감하게 여름 옷을 택할 수도 있는 일이다.
 
좌투수가 좌타자에게 강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투수로 밀어붙여선 안된다는 법은 없다. 좌투수에게 면역력이 있는 우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LG 불펜에선 현재 정찬헌과 정재복의 컨디션이 가장 좋다. 둘은 각각 1.59와 1.64의 방어율로 불펜을 책임지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다. 정찬헌은 2할2푼2리(우타자 .200) 정재복은 2할(우타자 .040)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붙어볼 만한 수치다.
 
성공 사례도 있다. 지난해 두산은 이렇다 할 좌완 불펜을 보유하지 못했다. 사실상 우완 임태훈이 홀로 중간계투를 책임졌다. 임태훈의 지난해 좌투수 상대 피안타율은 2할2푼이었다.
 
기량이 모자라거나 혹은 넘치는 투수에게 억지로 맞지 않는 보직을 맡기는 것 보다는, 파격적이지만 공격적인 기용으로 다른 투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이승호에 맞는 자리는 
물론 임태훈에게 주어진 지나친 하중은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서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현재 LG는 당장 우승을 목표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일단 4강에 들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먼저다.
 
최근 3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는 있지만 초반에 까먹은 승수를 최소 5할 승률까지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3연승을 더 하면 간단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이승호에게 선발과 롱 릴리프를 겸하는 역할을 맡겨보면 어떨까. 무제한 연장의 '공포'가 언제나 잠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긴 이닝을 책임져줄 수 있는 투수의 존재감은 그 어느때보다 막중하다.
 
LG는 이번주 선발 투수들의 등판을 하루씩 당겼다. 브라운의 허리 근육통 탓이었다. 이럴때 이승호는 선발 로테이션에 부담을 덜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삼성처럼 좌투수에게 약한 팀이라면 더욱 좋다.
 
류택현이 조기에 복귀한다면 이런 고민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상 선수의 귀환은 실제 등장할때까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마냥 손을 놓고 있기엔 하루가 급한 LG이기에 더욱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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