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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반 승부는 롯데의 몫. 8회초까지 8-1로 앞서며 승리를 예약한 듯 보였다. 그러나 SK의 반격이 놀라웠다. 안치용 김강민의 홈런포로 따라붙더니 9회말,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가 10회초 손아섭의 홈런으로 다시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그러나 10회말 김강민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며 결국 SK가 10-9로 승리를 거뒀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대역전승을 거둔 SK도, 충격의 패배를 당한 롯데도 계속 잘 나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롯데는 이후 5경기서 3승1무1패를 기록중이다. SK는 4승1패다. 9일의 명승부가 양팀 모두에게 큰 자극제가 됐음을 의미한다.
롯데는 이후 좀 더 단단해졌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이날 경기 후 "8-1에서 너무 자만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점수차가 크게 나며 잠시 틈을 보인 것이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야구는 자신과 자만의 경계를 어떻게 지키느냐가 매우 중요한 스포츠다. 대역전패는 롯데 불펜은 물론, 양 감독에게도 자만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자극이 됐다.
실제 양 감독은 15일 대전 한화전서 12-2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도 이대호에게 끝까지 타석을 맡겼다.
8회말 대거 5실점을 한 불펜 투수들에게도 "안일한 투구가 아쉽다"며 쓴소리를 했다. 좀처럼 선수들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던 그다. 그러나 SK전의 아픔은 양 감독을 좀 더 독하게 만든 것이 분명하다.
SK는 확실한 자신감을 얻게 된 경기였다.
롯데전 전까지는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으며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타석에서의 적극성과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 이날 경기를 통해 감독 교체 이후 선발 출장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던 안치용이 중심으로 거듭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실제 SK는 14일 문학 넥센전서도 5-0으로 앞선 경기를 5-7로 역전당했지만 다시 8-7로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15일 잠실 LG전서는 타선이 폭발하며 11-2로 대승을 거뒀다.
15일 현재 2위 롯데와 3위 SK의 승차는 고작 1경기차. 한 팀은 강력한 예방 주사를 맞은 뒤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고, 한 팀은 특급 영양 주사를 맞고 벌떡 일어섰다.
두 팀의 경쟁은 앞으로도 뜨겁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어느 팀의 주사가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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