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① 이명한 CP가 전한 '꽃할배'의 4가지 반전

'꽃보다 할배'의 기획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
  • 등록 2013-07-23 오전 9:00:02

    수정 2013-07-23 오전 9:02:45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의 ‘H4’인 백일섭(오른쪽부터), 신구, 박근형, 이순재 그리고 ‘짐꾼’ 이서진.(사진=CJ E&M)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얼마나 값진 경험이었을까?’

케이블채널 tvN 해외 배낭 여행 프로젝트 1탄 ‘꽃보다 할배 in 유럽’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팔순이 된 이순재와 둘째 신구, 셋째 박근형에 아직 70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막내 백일섭 등 ‘할배 4인방’에겐 물론 그랬을 터다.

제작진과 수 많은 스태프 역시 값진 경험을 얻은 주인공일 듯했다. 평균연령 76세의 ‘인생 선배’들이 해주는 소탈한 이야기, 때론 귀엽기까지 한 좌충우돌 여행기를 보고 있자니 꽤나 웃기기도, 짠하기도 한 여정이었을 것 같았다.

‘꽃보다 할배’의 기획을 맡은 이명한 CJ E&M 책임프로듀서(CP).(사진=CJ E&M)
이명한 CJ E&M tvN 책임프로듀서(CP)를 만난 건 이런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명한 CP는 ‘꽃보다 할배’의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와 KBS에 몸담았을 시절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를 이끌었던 원년멤버다. 당시 2002년부터 연을 맺은 이우정 작가와도 ‘꽃보다 할배’로 재회했다. ‘환상의 팀워크’ 속에 ‘꽃보다 할배’가 탄생된 셈이다. 그 시작부터 되짚어봤다.

나영석 PD(왼쪽)와 이명한 CP는 ‘꽃보다 할배’로 KBS2 ‘1박2일’에 이어 또 한번 팀워크의 힘을 보여줬다.(사진=CJ E&M)
▲“처음부터 박수를 친 사람은 없었다.”

이명한 CP의 말에 따르면 ‘꽃보다 할배’는 예상을 빗겨간 프로그램이었다. 전국 평균 시청률 4%대를 넘기고, 최고 시청률은 6%를 돌파한 ‘대박’은 아무도 감지하지 못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여행’이라는 콘텐츠가 새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SBS ‘정글의 법칙’, MBC ‘파이널 어드밴쳐’ 등 어디론가 떠나는 프로그램은 방송사별로 하나씩은 있지 않나.

“했던 걸 또 했다는 부담감이 분명 컸을 거다. 사실 그의 최고 강점을 끌어낼 수 있는 게 여행이기도 하다. 나영석 PD는 여행 프로그램을 6년 동안 이끌었다. 꾸밈과 가식이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속성이 여행이란 콘텐츠에서 가장 빛을 발할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거다. 게다가 요즘 트렌드는 어떤 방식이든 예상하지 못한 리얼한 상황 속에서 웃음을 주는 거 아닌가. 여행은 보편적인 감성을 색다르게 포장할 수 있는 최고의 소재였다. 여행이라는 같은 알맹이를 다르게 보여주기 위해 나영석 PD가 탁월한 포장지를 골랐다.”

기획 초기 할아버지라는 주인공이 ‘핫(Hot)’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할배’들은 이런 편견을 깨고 방송 2회만에 ‘시니어(Senior)=스페셜(Special)하다’는 공식을 만들었다.

“할배들에게 박수를 친 사람은 처음에는 없었다. 배낭 여행이라는 것도 미지근한 소재인데 주인공까지, 좀 그렇지 않았겠나.(웃음) 게다가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선생님은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누차 봐왔던 분들이지 않나. 이미 형성된 캐릭터와 분위기도 확고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기에 편안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정말 재미있는 건, 일반적인 소재와 보편적인 주인공이 만나서 아주 참신한 결과물을 냈다는 거다.”

‘꽃보다 할배’는 배낭이란 소재부터 ‘국민 배우들’이란 주인공까지, 보편적인 콘텐츠를 지닌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가장 참시한 결과물을 냈다는 것에 관계자들 역시 색다른 경험을 맛보게 됐다.
▲“남자들에게 먹힐 줄 알았다.”

‘꽃보다 할배’에 대한 빗나간 예상은 ‘타깃 시청층’에서도 적용됐다. 케이블TV 프로그램은 지상파의 것과 비교해 타깃 시청률이 중요한 편이다. 표본이 넓은 방송 플랫폼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정 타깃에게 어필되도록 프로그램이 기획되는 경향이 짙다. ‘꽃보다 할배’는 중장년 남성 층에서 관심 받을 거라 예상됐다. 정답은 ‘30대 여성층’이었다. 타깃 시청률이 전국 평균 3%를 육박한다. 지상파 방송환경과 비교하면 ‘반드시 봐야만 하는 시청자’들이 전체의 15% 정도를 차지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현재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시청률 15%를 넘는 작품이 손에 꼽히니 ‘꽃보다 할배’의 저력은 대단한 셈이다.

“남성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촬영하기 전까진 젊은 여성분들이 열광할 코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이대니 달라지더라. 우리가 바라본 ‘할배’들은 중후하고 묵직한 그런 느낌이지 않나. 실제로 만나보면 그냥 동네 할아버지다.(웃음) 이런 말하면 버릇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귀여운 구석도 있다. 촬영을 하면 할수록 ‘이게 잘 하면 젊은 층에게도 통하겠다’는 포인트가 발견되더라. 특히 신구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있는데 그 눈빛이 나의 아버지와 똑같은 게 아닌가. 점점 빠져드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어쩌면, 더 많은 시청자들이 좋아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짜릿한 순간이었다.”

근엄하고 묵직한 캐릭터로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회장님이셨던 ‘H4’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성질 급한 각각의 진짜 성격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웃음과 감동을 안기고 있다.
▲“6회 분량, 못 뽑을 줄 알았다.”

순간적인 직감은 긍정적이었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었다. 대본 없이 이뤄진 촬영이었고 대부분의 영상이 핸디 카메라를 든 VJ의 손에서 찍혔다. 나영석 PD도 분량 전체를 파악하며 촬영을 진행하진 못했다. 촬영 내내 ‘6,7회 분량을 과연 뽑아낼 수 있을까’를 수 없이 걱정했던 이유다.

“나와 나영석 PD, 이우정 작가 모두 리얼 버라이어티의 본질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연출자가 어떻게 팔로우(Follow)해야하는지 흐름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세세한 부분은 알 수 없었다. 신구 선생님이 에펠탑 앞에서 춤을 췄는지, 백일섭 선생님이 몇시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셨는지, 다 모른다. 우리는 물론 조연출 막내들까지 하루에 2,3시간씩 밖에 못 잤다. 그 세세한 부분을 서로 공유하며 편집 포인트를 잡기 위해 할배들이 잠들면 우리는 회의를 했다.(웃음)”

연출자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운 건 조연출의 역할이 컸다. 야외 촬영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누가 어떤 말을 했는데 좋았다던지, 활발한 의견 제시가 있었기 때문에 웃음과 감동이 버무려진 지금의 화면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사실 이런 ‘깨알 에피소들’를 완성한 것도 막내 PD의 덕을 봤다. 신구가 개선문 위에서 봉산탈춤을 춘 건 앞에서 분위기를 잡아준 한 조연출 때문이었다. 그의 춤사위에 흥이 돋은 신구가 함께 몸을 덩실거린 거다.

“체력적으로 일단 얼마나 힘든 여행이었겠나. 리얼 버라이어티에 익숙하지도 못한 이들에게 불만족스러운 여행이 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다. 이 부분을 유연하게 풀어준 게 조연출들 덕이다. 그들 덕에 촬영을 잘 끝냈다. 촬영 분량을 봤더니 기대보다 두 배 이상 풍족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서진도 그 이상을 해줬다.(웃음) 모든 게 싱싱한 콘텐츠였다. 그걸 끌어내고 적절히 편집해주고 있는 막내들에게도 고맙다. 또 한번 ‘팀워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됐다.”

‘꽃보다 할배’의 성공은 ‘응답하라 1997’이란 보편적인 감수성을 자극하는 콘텐츠의 ‘대박’에서 비롯됐다. 케이블TV 프로그램에서도 ‘마니아’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콘텐츠뿐 아니라 착하고 따뜻한 일반적인 감성을 폭 넓은 연령층에게 전할 수 있다는 선례가 늘어난 셈이다.
▲“케이블 라이크에 갇혀있었다.”

‘여행은 식상할 것이다. 할배들은 ‘핫’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 거리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전제가 세워졌던 이유는 ‘케이블TV 프로그램은 이래야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폭 넓은 시청층을 끌어안을 수 없다는 물리적인 환경 때문에 ‘마니아’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말이다. 더 세고, 더 자극적이고, 더 말초적인 걸 양산해내야 하는 ‘케이블 라이크(Cable-Like)’에 이명한 CP 역시 갇혀 있었던 셈이다.

“내가 CJ E&M에 처음 와서 만든 ‘더 로맨틱’이란 프로그램도 이런 강박에서 나오기도 했다. 얇지만 깊게 침투할 수 있는 마니아 프로그램을 기획하자니 그런 결과물이 나온 거다. 그때로부터 2년이 흘렀다. 지금도 ‘케이블 라이크’가 어느 정도 존재하긴 하지만 ‘응답하라 1997’이란 콘텐츠를 계기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보편적인 정서의 기본인 따뜻하고 착한, 그런 느낌이 케이블TV에서도 훌륭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준 프로그램이다.”

‘응답하라 1997’이 가능성을 열었다면 ‘꽃보다 할배’는 그 가능성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꽃보다 할배를 계기로 ‘실버(Silver) 산업’에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꽃보다 할배’의 향후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여행업체, 아웃도어 브랜드, 심지어 화장품 브랜드까지 협찬 문의와 협업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끊이지 않는다.

“‘노인은 위대한 스토리텔러(Storyteller)’라고 하지 않나. 아프리카 속담 중에는 ‘노인 한명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도 있다. 노년의 삶이 그렇게 막강한 거다. 우리가 간과하고 잘 알지 못했을 뿐이다. ‘꽃보다 할배’를 기획했을 땐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젠 이 프로그램이 실버 산업에 활기를 불어 넣는 시금석처럼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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