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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캐넌 히터' 김재현(32)은 올 시즌 그 어느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우승의 기쁨에 젖어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제서야 해냈다는 만족감이 읽혀졌다.
1군과 2군을 오가며 맘 고생이 심했던 시즌이었다. "자존심에 상처가 나 야구를 정말 그만둘까도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더 큰 목표가 있었다. 신인시절(94년) 멋 모르고 차지했던 우승컵 말고 정말 온 힘을 기울여 따낸 우승컵이 필요했다.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하나되어 노력한 선수들을 위해서도 꼭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꿈을 이뤘다. 그 보답으로 그는 한국시리즈 MVP라는 값진 선물을 받았다.
▲팀이 계속 1위를 달리는데 힘이 되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작은 도움이라도 된 것 같아 너무 기쁘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사실 한때 그만 둘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나 아내나 동료들이 내게 힘을 줬다. 감독님께 서운한 적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믿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MVP를 의식했나.
▲전혀 하지 않았다. 우승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초반 2연패를 했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다행히 선수들이 잘해줬다. 어제 내 생일이어서 선수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달라고 했는데 정말 큰 선물을 받았다.
-SK는 어떤 팀이라고 생각하나.
▲연습량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선수들이 그걸 받아들이고 즐겼다. 우승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그걸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거의 매주 월요일 훈련이 있었는데 억지로 나오기 보단 스스로 알아서 자기 할 것을 찾아서 했다.
-신인 시절 우승을 하고 이제 30대에 다시 했는데.
▲신인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게 우승이구나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우승은 다르다. 사실 선수로서 얼마나 더 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이 더 소중했는데 다시 한번 우승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선수로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2002년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었다. 그때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게 돼 너무 기쁘다. 한때 속이 너무 상하고 잊기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오늘 우승으로 다 잊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제는 모처럼 맘 편히 푹 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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