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가 사는 법①]'추억을 판다고?'...'90가수'들의 이유있는 음악반란

  • 등록 2008-12-24 오후 2:49:15

    수정 2008-12-24 오후 2:50:36

▲가수 서태지 신승훈 윤상(사진 왼쪽부터)

가요계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탄 걸까. 올 한 해는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등의 컴백이 끊이지 않았다. 또 쿨 구피 등 댄스그룹들이 재결합해 팬들과 만났고 윤종신과 정석원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와 작곡가가 만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꾸려 음악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가수들의 복귀 방법과 활동에도 저마다의 차이와 전략이 있는 법. ‘90년대 가수들이 사는 세상’이란 시리즈를 통해 이들의 선택에 따른 득과 실을 분석해봤다.<편집자주>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싱어송라이터들이 새 음반을 통해 제2의 음악적 탄생을 알려 눈길을 끈다. 서태지와 신승훈 그리고 윤상이 그 주인공. 이 세 명의 가수는 지난 90년대 자신이 선보였던 음악에 대한 ‘추억’을 파는 대신 온고지신의 미덕을 발휘하며 새로운 변신을 알렸다.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음악적 변화는 이번 음반에서도 지속됐다. 지난 7월 말 발매된 8집 싱글 ‘아토모 파트 모아이’에서 서태지는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인 ‘IDM’(Intelligent Dance Music)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잘게 쪼개진 드럼 비트와 변칙적인 리듬이 이 장르의 특징.

서태지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신승훈과 윤상의 음악적 변신이다.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은 자신의 주특기인 스탠더드 발라드를 버리고 지난 10월 모던록 음반을 들고 컴백했다. 강수지 노영심 등과 작업하며 90년대 발라드계를 풍미했던 윤상도 최근 버클리음대 재학시절 결성한 일렉트로니카 프로젝트 그룹 ‘모텟(mo:tet)’의 쇼케이스를 열고 DJ로 변신했다. 특히 윤상이 선보인 ‘글리치’(Glitch)란 장르는 노이즈와 미니멀한 사운드가 특징인 음악으로 전자음악에서도 마이너한 장르라 놀라움을 더했다.

▲ 가수 서태지

음악적 변화에 대한 운신의 폭이 다른 장르의 가수보다 좁은 발라드 가수에게 이와 같은 변신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신승훈과 윤상은 서태지만큼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는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음악적 도전에 앞서 기존 팬층의 이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팬들의 이탈은 음반 판매 부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밀리언셀러 신승훈은 이번 ‘라디오 웨이브’ 미니음반이 3만장 정도의 판매고에 그쳤고, 아직 발매되지는 않았지만 윤상의 ‘모텟’ 음반도 장르 특성상 높은 음반 판매고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윤상도 최근 있었던 쇼케이스에서 “'모텟’의 음악이 많은 음악팬들을 아우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런 음반 판매량에 대한 위험을 안고서도 변신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90년대 가수’라는 과거형에서 벗어나 ‘현재진행형’ 가수로 남고 싶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욕구를 들 수 있다. 서태지는 이번 음반 발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똑같은 음악을 하는 것이 싫다. 변화 없는 서태지는 의미없는 일”이라고 자신의 음악적 소신을 전했고 신승훈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음반이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은 알고 있었다”며 “이번 음반의 목적은 애초 내 음악적 방향을 설계하기 위한 길 찾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대중적으로 위험을 감수한 음반이긴 하지만 장기적인 음악 활동을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윤상도 최근 쇼케이스에서 자신의 이와 같은 시도가 조금은 낯설게 보일지 모르지만 계속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모텟’ 활동의 의의를 전했다. 90년대 가수로서 기존 팬들에게 화석 같은 존재로 남기 보다는 시대를 뛰어 넘어 아직도 유효한 가수로 남고 싶은 게 이들의 바람인 것이다.
▲ 가수 신승훈

이와 같은 90년대 가수들의 도전은 일시적으로는 음반 판매 부진이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지만 가수의 생명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음악을 자신의 음악에 접목함으로써 기존에 이들을 알지 못했던 팬들과의 음악적 교류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윤상의 경우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음악팬들과의 교집합을 넓혔다.

대중음악평론가 김 작가는 “신승훈, 윤상 등 90년대 가수들의 음악적 도전은 단기적으로는 음반 판매 저조 등 위태로운 측면이 있지만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득”이라고 분석했다. 90년대 추억만을 주무기로 올 가요계에 컴백해 결과적으로 참패만을 맛본 일부 가수들과 달리 신승훈 윤상 등은 적어도 음악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측면에서 향후 활동에 긍정적이라는 결과를 기대해볼만 하다는 게 김 작가의 말이다.

물론 싱어송라이터로서 ‘변화’에 대한 자기만족 측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서태지와 신승훈 윤상은 그에 앞서 ‘대중가수’이기에 일반 팬들의 시선과 입맛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서태지와 신승훈 윤상은 음악의 외형적 장르에 변화를 주는 동시에 내적 요소에 해당하는 감성을 이어가는 선택을 했다. 음악의 스타일은 현 트렌드에 맞게 변화를 시도하면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감성은 유지, 기존 팬들을 흡수하려는 이중 전략을 시도한 것이다.
▲ 가수 윤상

실제로 서태지는 IDM이란 낮선 장르를 소개하면서도 8집 싱글 타이틀곡 ‘모아이’에서는 피아노 리듬에 버무리고 ‘휴먼드림’에서는 아날로그 사운드를 입혀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일각에서 이번 서태지의 음반이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노래와 비슷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음악 스타일보다는 이와 같은 서태지의 음악적 감성에 대한 친숙함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신승훈은 모던록 음반을 내기는 했지만 통기타를 주로 활용해 자신의 발라드 감성을 지켜나갔다. 또 윤상은 ‘모텟’과 함께 ‘송북’이라는 베스트앨범을 발매, 보다 친대중적인 아날로그 전자음악을 선보이며 음악팬들과 교류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불변하는 감성과 음악적 스타일의 꾸준한 변화. 서태지 신승훈 윤상이 보인 이것이 바로 '90가수'들의 영생 비법이 될 수 있다는 게 가요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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