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오락가락·일방적 행정에 피해는 오롯이 축구팬 몫?

  • 등록 2023-08-08 오후 5:56:26

    수정 2023-08-08 오후 6:17:22

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 대한축구협회의 오락가락한 행정과 관련해 최종 피해자는 결국 축구팬이 됐다.

문체부는 8일 “2023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를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태풍 카눈의 한반도 통과 예보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축구계와 팬들은 이번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 및 협회의 일방적 행태에 아쉬움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일단 잼버리의 파행 운영의 여파로 FA컵 전북 현대-인천 유나이티드 준결승전이 결국 최종 연기됐다. 이후 경기 일정은 축구협회와 양 구단이 협의해 추후 공지하기로 했다.

당초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는 6일 새만금 야영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잼버리 개막 후 폭염 속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정부는 K팝 콘서트 날짜와 장소를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했다.

문제는 이 발표가 6일 오후에 이뤄졌고, 축구협회는 7일 오전 전북과 인천에 9일 예정됐던 FA컵 경기를 연기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당사자인 구단과 협의는 없었고 일방적인 통보만 있었다. 정부가 장소를 변경하면서 전북은 이 기간 두 차례나 예정됐던 홈구장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북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FA컵 4강전과 12일 수원 삼성과 K리그1 경기가 연기됐다고 팬들에게 SNS 등을 통해 공지했다. 팬들의 불만이 각종 게시판이나 SNS 등을 통해 쏟아졌다.

그런데 태풍 카눈의 상륙이 예고되자 정부는 방침을 바꿨다. 참가자들을 수도권으로 이동시키면서 K팝 콘서트를 전주가 아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가 열리게 되면서 전북은 홈 2연전을 다시 원래 계획대로 치러질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팬들에게는 경기 연기를 발표했다. 구단 입장에선 더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경기장을 쓸 수 있게 됐지만 이번에는 상대 팀 인천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6일 전북과 K리그1 원정경기를 치른 인천은 그대로 전주에 남아 FA컵 준결승전을 준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7일 축구협회로부터 경기 연기 공문을 받자 그날 오후에 인천 숙소로 복귀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전주로 내려가 9일 경기를 치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 인천의 입장이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규정상 홈 팀이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 원정팀 홈구장에서 치러야 한다”며 “축구협회가 상의도 없이 공문만 일방적으로 보냈다”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정상적으로 FA컵 준결승전을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해 경기를 연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예정됐던 FA컵 경기가 사라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K팝 콘서트 장소가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면서 불똥은 이 장소를 홈구장으로 쓰는 FC서울에게 튀었다. FC서울은 26라운드를 대전 원정으로 소화하기 때문에 일정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콘서트 행사를, 그것도 한여름에 치르게 되면 경기장 잔디가 크게 손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부에선 잔디를 보호하는 카펫을 깔면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전례를 살펴보면 경기장 잔디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로 2018년 9월 부산아시아드경기장은 A매치를 유치하려고 나섰다가 무산됐다. 그해 7월 한 유명가수 콘서트가 열리면서 잔디가 크게 손상됐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뒤늦게 보수에 나섰지만 폭염과 겹치면서 잔디 상태는 더 악화 됐고 결국 A매치는 부산이 아닌 수원에서 열렸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한 축구 관계자는 “정부가 K리그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라며 “구단과 상의 없이 경기가 예정된 경기장을 일방적으로 빼앗아 가는 모습이 안타깝고 씁쓸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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