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SD 선발-구원 경쟁 '바늘구멍 통과' 불가피

  • 등록 2014-11-13 오후 5:01:53

    수정 2014-12-03 오전 11:02:56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오드리사메르 데스파이그네(27·샌디에고 파드레스)라는 쿠바 망명투수가 있다.

지난해 겨울 김광현(26·SK와이번스)보다 한발 앞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윤석민(28·볼티모어 오리올스)과 함께 국제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쓸 만한 투수로 꾸준히 이름을 오르내리던 자다.

메이저리그 즉시전력 감으로 평가받던 그가 한참을 헤매다 안착한 종착지가 샌디에고 파드레스였다.

계약규모는 윤석민보다 훨씬 초라했다. 계약금 100만달러(약 11억원)에 마이너리그 계약의 굴욕을 안고 파드레스 유니폼을 입었다.

데스파이그네 케이스가 제시하는 ‘기회의 문’

그게 지난 5월3일의 일이다. 그 뒤 그는 자신을 저평가한 스카우트들에 보란 듯이 무섭게 실력 발휘를 한다. 아마추어 FA 신분으로 샌디에고와 계약하고 불과 한 달 만에 메이저리그로 올라와 첫 2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ERA) 0.66’ 등의 불꽃 투로 합격점을 넘어 작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최고 97마일(156km)에 이르는 강속구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훅 가라앉는 90마일 초반대의 강력한 싱킹 패스트볼(빠른공)이 빅리그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제대로 시즌 준비를 못한 관계로 후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데뷔 첫해를 ‘16경기 4승7패 ERA 3.36 피안타율 0.237’ 등으로 마쳤지만 이 정도로도 기대 그 이상을 해냈다.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데스파이그네의 성공사례는 파드레스로 가게 되는 김광현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력만 되면 색안경 끼지 않고 반드시 기회를 주는 구단이라는 걸 몸소 증명한 데스파이그네를 다루면서 이미 7월 초부터 ‘리빌딩 구단’ 샌디에고라면 김광현과 양현종(26·기아 타이거스)이 안착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예측해왔다. (관련기사 참조)

미국 서부의 떠오르는 ‘부자도시’ 샌디에고는 ‘기회의 땅’이라는 것이 2012년 8월 이후 ‘코리언특급’ 박찬호(41)를 만든 피터 오말리가의 구단주 등극 이래 해외시장 개척에 관심이 지대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건너와 8월7일 신임단장에 등극한 A.J. 프렐러 이후 이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재미난 점은 프렐러가 2004년부터 잔뼈가 굵은 텍사스의 ‘국제-프로 스카우팅 국장’ 출신이라는 점으로 이미 김광현 등 한국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훤했던 인물이라는 데 있다. 여기에 류현진(27·LA다저스)과 야시엘 푸이그(23·다저스)를 스카우트한 것으로 유명한 로건 화이트(52)까지 최근 합류하면서 국제시장으로의 영역확대를 공식화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론 파울러 파드레스 구단 의장은 “프렐러 체제 하에서 우리는 명백하게 국제시장으로 범위를 넓게 뻗어나갈 방침이다”고 지난달 밝혔다.

그 첫 신호탄이 김광현이라고 볼 수 있고 뒤이어 일본프로야구에서 포스팅시스템(비공개입찰제)을 기다리는 카네코 치히로(31·오릭스 버펄로스)가 바통을 이어받을 전망이다. 샌디에고 구단이 카네코 영입에 깊이 관여돼 있다는 설은 오래 전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SK 김성근-SD 블랙’ 김광현의 ‘감독 福’

향후 카네코 영입이 어떻게 전개되든 상관없이 샌디에고는 다저스 못지않은 ‘투수왕국’으로 뜯어보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탄탄한 투수진을 확보하고 있다.

‘다저 스타디움’에 버금가는 투수 친화적 홈구장 ‘펫코 파크’를 등에 업고 있는 데다 스스로가 명투수코치 출신인 버드 블랙(57)이 감독으로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그는 LA 에인절스 투수코치 시절 소속팀을 5번이나 팀 평균자책점(ERA) 5위권(2위 2차례)으로 이끄는 등 명 투수조련사로 지명도를 쌓았다. 이런 블랙이 메이저리그에서 14년간 뛰며 121승(116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3.84)을 거둔 좌완투수라는 점도 같은 좌완인 김광현에게 웃어주는 요소다.

2007시즌에 앞서 새 감독을 물색하고 있던 파드레스는 블랙과 전격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던 게 2001년 이후 첫 투수출신 감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블랙은 부임 첫해 89승으로 반짝했고 2010시즌에는 애드리언 곤살레스(32·LA다저스)를 빼고 나머지는 한물간 선수들이나 이름 없는 유망주들만 모아놓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수준의 원맨팀이라는 혹평을 딛고 보란 듯이 90승을 마크했지만 간발의 차로 포스트시즌(PS)의 기적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한 감독처럼 보이지만 지난 2010년 7월말 샌디에고는 서둘러 3년 연장계약을 맺고 옵션을 걸어 최대 5년(2015년)까지 그를 붙잡아두기로 했을 만큼 신망이 두텁다.

연장계약 당시 제프 무라드 샌디에고 공동구단주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언제나 그렇듯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고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감독의 연장계약 건이 이렇게 쉬웠던 적이 있을까. 버드 블랙은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 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요약해놓았다”고 치하했을 정도다.

2014년 8월은 또 하나의 이정표였다. 감독으로 통산 600승을 거둔 블랙은 파드레스 구단 사상 바로 그 유명한 브루스 보치(1995~2006년 951승)에 이어 최다승 2위에 올랐다.

또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선수로 100승과 감독으로 600승 이상을 달성한 단 두 사람 중 하나로 역사를 아로새겼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블랙 외에 이 고지에 오른 사람은 ‘명예의 전당’ 헌액자 클락 그리피스뿐이다.

그리피스는 초창기 시카고 화이트 스타킹스의 선수 겸 감독(1901년부터 겸직)으로 활약했다. 선수(24년)로 237승146패, 감독(20년)으로 1491승1367패 등을 기록했다.

어떤 의미에서 ‘투수(특히 성공한 투수)는 감독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메이저리그의 오랜 속설 내지는 징크스를 약 100년의 시간이 흐른 뒤 블랙이 깨고 있다. 그런 감독을 만난다는 것은 SK 와이번스에서 김성근(72·현 한화 감독) 감독의 지도를 받게 된 것 이상으로 김광현에겐 축복과 같다.

경쟁은 상대적, 경쟁자들의 살벌한 ‘면면’

포스팅 금액 200만달러(약 22억원)는 굴욕적이기는 하나 향후 30일간 진행될 계약협상만 순조롭게 풀릴 경우 여러 가지 부대조건은 류현진의 다저스를 그다지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 괜찮다.

다만 어차피 경쟁은 상대적이라고 볼 때 가장 중요한 경쟁의 측면에서는 굉장히 힘들어질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미국야구의 오랜 속성 중 하나가 투자한 만큼 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가게 되는 김광현에게 매우 불리하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리고 있는 ‘단장회의’를 직접 취재하고 있는 ‘FOX.스포츠’의 명칼럼니스트 켄 로젠덜은 “파드레스 선발투수 ‘빅3(앤드루 캐쉬너, 타이슨 로스, 이언 케네디)’에 대한 트레이드 제안을 문의해오는 구단의 요청이 많고 이를 파드레스가 유심히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샌디에고의 독립 언론에서는 “김광현의 영입으로 힘을 얻게 된 파드레스가 일종의 도미노 효과로 선발 3인방의 트레이드를 적극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그러나 선발 3인방 중 하나가 빠져나간다고 해서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릴 거라고 쉽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 기회는 김광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팀 내 넘쳐나는 영건들을 위한 자리가 된다.

파드레스의 선발진에는 ‘캐쉬너(28·파드레스), 로스(27·파드레스), 케네디(30·파드레스)’ 등 3인방만 있는 게 아니다. 앞서 데스파이그네를 비롯해 선발 후보로만 ‘우완 제시 핸(25), 버치 스미스(24), 조 윌런드(24) 및 좌완 라비 얼린(24)’ 등이 버티고 있다.

이름이 다소 생소하다고 무시할 만한 급이 아니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로라하는 ‘언더독’들로 통한다. 이들은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꾸준한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 하나같이 굉장한 구위를 자랑하는 검증된 유망주들로 이제 빅리그에서 뿌리를 내릴 일만 남았다.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에는 올해 트리플A까지 치고 올라온 우완 매튜 위슬러(22)와 좌완 맥스 프리드(20)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이 선정한 파드레스 유망주 2,3위에 올라 호시탐탐 뒤를 노리게 된다.

8위인 우완 조 로스(21)와 10위 자크 에플린(20)도 김광현의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나란히 부상에서 돌아오는 우완 케이시 켈리(25)와 좌완 코리 루브키(29)의 존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상만 없었다면 에이스급으로 최대 15승을 바라볼 수 있었던 투수들이다. 2013년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인대접합수술)’를 받았던 켈리와 역시 토미 존 서저리에서 회복 중인 루브키는 내년 선발진의 최대변수다.

이들이 있기에 파드레스는 선발 3인방 중 하나를 선뜻 트레이드하려 든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케네디로 연봉조정을 통해 내년 팀 내 최고인 1030만달러를 받고 2015시즌 이후 FA로 풀릴 전망이다.

불펜은 마지막 ‘비빌 언덕’될까

파드레스는 일단 김광현을 구원투수로 보고 200만달러를 써낸 걸로 확인되고 있는데 마무리투수(클로저)를 포함해 7~8자리가 주어질 불펜진 또한 장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차세대 클로저가 될 쓰리쿼터형의 우완 강속구투수 R.J. 알바레스(23)를 시작으로 ‘우완 호아킨 베노이트((37), 케빈 쿼큰부시(26), 블레인 보이어(33), 레오넬 캄포스(27), 닉 빈센트(28), 대일 데이어(34)’ 등 수준급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광현과 같은 좌완으로는 부동의 셋업맨인 알렉스 토레스(27)를 비롯해 ‘프란크 가르세스(24), 후안 파블로 오라마스(24)’ 등이 경합한다.

기타 스프링캠프에 앞서 비로스터 초청선수로 참가해 살벌한 생존경쟁을 벌이게 될 아직은 알 수 없는 베테랑들까지 미리 염두에 둔다면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 김광현에게 파드레스가 꼭 기회의 땅이 될 거라고 보기만은 어려워진다.

가능성만 놓고 논하자면 희망적이나 현실적으로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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